오는 10일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 경쟁 결과가 나온다. 면세점 전쟁에 뛰어든 기업은 모두 21곳(대기업 7곳, 중소기업14곳), 사업권 티켓은 단 3장(대기업 2장, 중소·중견기업 1장)이다. 면세점 전쟁에 각 기업들이 내놓은 비장의 카드가 무엇인지 되짚어본다. <편집자주>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리는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권을 두고 국내 거대 기업들(호텔롯데, 신세계,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 이랜드리테일, SK네트웍스)이 뛰어들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쟁쟁한 기업들로 사업권 획득에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면세점 운영에 노련한 기업들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출사표를 던지며 '황금 티켓' 전쟁에 뛰어 든 기업들이 있다. 한화갤러리아와 SK네트웍스, 이랜드리테일, 이 세 기업이다. 이 기업들은 면세 사업 운영이 조금 있거나 아예 없는 곳들이다.
한화갤러리아의 경우 지난 2013년 제주공항 면세점 특허권을 따내며 면세 사업에 발을 들인 신생 면세점 기업으로 운영 경험이 전무하다. SK네트웍스도 마찬가지다. 23년이란 긴 시간 면세점 운영을 했으나 보유한 면세점은 워커힐면세점 단 한 곳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올해 11월 만료 시점을 앞두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운영 경험이 전혀 없는 기업이다. 때문에 가장 약체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 세 기업의 운영 경험만으로 면세점 사업권 획득을 속단하기 이르다. 한화는 제주 면세점에서 흑자를 달성해 운영 능력을 입증했으며 SK 역시 특허권 만료에 빨간불이 켜진 만큼 새로운 사업권 획득에 총력을 다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이랜드 역시 세계 최대 면세점 업체인 듀프리와 중국 최대 여행사인 완다그룹과 협약을 맺는 등 새로운 경영 전략으로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전쟁에서 한화갤러리아와 SK네트웍스, 이랜드리테일 가운데 최후게 웃게 될 승자는 누구일까.
◆ 3기업의 3가지 입지, 한화 '여의도' SK '동대문' 이랜드 '홍대'
한화갤러리아는 면세 사업지로 여의도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여의도 63시티를 선택했다.
63시티는 인천공항(55km) 및 김포공항과(15km)도 가까운 거리에 있어 외국인 관광객의 접근이 쉽다. 또 주변엔 홀리스터와 H&M, 자라, 유니클로, 에잇세컨즈 등 국내외 주요 SPA 브랜드를 비롯해 망고, 바나나리퍼블릭, 갭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모두 자리한 대형 쇼핑센터인 IFC몰도 있다. 한화는 주변 여건을 이용해 63빌딩 내에 연면적 3만6000㎡(1만1000평 내외)의 면세점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방문이 쉽도록 지하철 1호선 대방역과 5호선 여의나루역, 여의도역, 9호선 샛강역에 무료셔틀버스를 운행한다.
그러나 유진기업이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 뛰어들면서 여의도 옛 MBC사옥을 면세점 입지로 선택하는 바람에 한화의 사업권 획득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SK네트웍스가 선택한 사업지의 환경과 교통 등은 어떨까.
SK네트웍스는 이번 면세점 후보지로 자사 건물이 아닌 파인트리가 소유하고 있는 동대문 케레스타 건물을 찜했다. 케레스타는 현대백화점이 올해 초 아웃렛 설립을 하고자 임대 계약을 맺은 곳이다.
SK네트웍스가 동대문을 후보지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많은 외국 관광객의 방문이다. 동대문 케레스타 주변은 유명 패션몰인 두타와 밀리오레 등이 자리해 있으며 헌책방 거리와 청계천 다리 등이 있어 볼거리도 풍부해 관광객 수가 많다. 더욱이 메리어트, 동대문 호텔 등 숙박 시설이 근처에 있어 관광지로는 최적의 위치다.
실제 한국방문위원회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쇼핑 공간은 남대문·동대문(26%), 면세점 (20.7%)으로 연 평균 500만 명이 방문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로 동대문을 넘보는 곳이 SK네트웍스 외에 호텔롯데과 중원면세점과 그랜드관광호텔, 제일평화컨소시엄, 서울면세점이 있어 만약 중소·중견기업 가운데 한 곳이 입찰될 경우 SK네트웍스가 사업권 획득하기란 힘들어질 것이란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가장 늦게 시내 면세점 입찰 전쟁에 뛰어든 이랜드는 애초 면세 사업지로 강남 뉴코아아울렛과 송파 NC백화점, 강서 NC백화점을 꼽았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선정된 곳은 홍대 근처인 마포구 서교동 서교자이갤러리 부지다.
홍대 상권은 젊음의 거리답게 유동 인구가 많으며 최근 유커 방문이 급증해 새롭게 떠오르는 신흥 관광지다. 더욱이 김포공항과 인천공항과도 가까워 관광객의 접근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이랜드는 이러한 이유로 서교자이갤러리 부지에 연 면적 1만4297㎡ 규모의 시내 면세점을 건설, 서울 서부권 경제 활성화와 지역 균형발전, 교통분산 효과를 낼 예정이다.
또한 면세점 외부 공간에 다양한 문화 공연을 펼칠 수 있는 야외 공연장을 설치해 젊은 예술가들과 인디 밴드 공연이 가능하레 할 예정이며 한류 열풍에 선두 주자인 K팝 스타들의 공연도 정기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부족한 관광 인프라를 보충하고자 홍대 상권 안내 데스크를 운영하고 안내지도 및 모바일 앱도 제작한다.
◆ 기업별 상생 전략, 3사 3색
한화갤러리아는 상생 전략으로 63시티 안에 국산 및 중소·중견 브랜드가 자리할 공간을 따로 마련할 방침이다.
한화가 계획하는 공간은 전체 면적 가운데 3분의 1인 3003㎡이다. 특히 3층은 'K-스페셜홀(K-Special Hall)'로 구성해 중소·중견 기업의 100개 이상 브랜드 전용관을 공개할 예정으로 중소·중견기업유통센터에서 운영하는 공영 TV 등을 꾸려 '홈쇼핑 전용 쇼룸'을 운영한다. 또 각층마다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올 인 원 바이 캘러리아(All in One by Galleria)'를 만들어 고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한국전통 명인관'을 구성해 특산품과 한국 전통식품 및 수공예 장인들의 제품으로 채울 방침이다.
SK네트웍스는 동대문을 사업지로 결정한만큼 동대문 지역 상권 및 단체와 협력해 공생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특히 평화시장을 포함해 전통 재래시장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을 강조하며 동대문패션타운 관광특구협의회와 서울시 산학협력기관인 서울디자인재단(DDP 운영 법인)과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후 투자금액의 절반 가량인 2000억~3000억 원을 동대문 지역의 패션관광문화 인프라 구축에 투자할 방침이다.
또한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콘셉트로 전체 매출 가운데 국산품 비중을 60%, 중소기업 제품 비중을 45%로 높일 예정이다.
실제 SK네트웍스는 앞서 워커힐면세점에서 비디비치나 쿠쿠, 세라 등 20여개 국산 브랜드를 면세업계 최초로 입점시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후발 주자 이랜드리테일 역시 지역 상권 활성화에 힘쓸 것을 약속했다.
이랜드는 면세점 운영에서 얻는 순수익의 10%(5년간 493억 원 예상)를 사회에 기부해 사회적 책임도 충실히 이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이랜드는 지난 2002년부터 순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아울러 중소기업 동반성장 프로그램으로 상생펀드 200억 원을 조성하며 주변 대학의 재학생과 졸업생을 고용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등 지역 상생 실현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중국에서 호평을 받는 만큼 중국 최대 여행사인 완다그룹 여행사와 협업해 중국 저변에 깔려 있는 한국 여행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 등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고 있는 중국 관광객들을 한국으로 끌어 들일 계획이다.
◆ 한화 '모든 부문 우수', SK '부채 ↑ 이자보상 양호', 이랜드 '양호, 다소 아쉽'
한화갤러리아와 SK네트웍스, 이랜드는 관세청이 제시한 평가 항목 가운데 가장 높은 배점을 차지하는 경영상태 및 재무건전성 등에서 어떠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세 기업 모두 국내 굴지의 기업이나 재무 상태를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현재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지분 69.45%를 보유하며 면세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면세점과 동일한 품목을 수입하는 업체는 면세사업자가 될 수 없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재무는 면세점 입찰 전쟁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들 가운데 높은 편에 속한다.
특히 지난해 자기자본비율은 경쟁사 가운데 69.5%로 최상위에 자리하며 1위인 호텔롯데(69.7%)와 0.2% 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이자보상배율과 부채비율 또한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높은 축에 속한다.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은 34.94배로 전년(474.69배)보다 급락했는데도 우수하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43.9%로 신세계(126.6%), 호텔신라(144.5%), 호텔롯데(43.5%), 현대백화점(42.3%)보다 우수하다.
그러나 다만 지난해 유동비율이 29.2%(유동자산 282억 원, 유동부채 968억 원)로 경쟁사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SK네트웍스는 주력사업인 석유제품과 이동통신 단말기 판매 사업의 높은 안정성을 내세우며 재정의 견고함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네트웍스의 이자보상배율과 유동비율은 양호하나 부채비율과 자기자본비율은 입찰에 나선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취약하다. 특히 부채비율은 경쟁사 가운데 226.6%로 가장 높으며 자기자본비율은 30.3%로 호텔신라(40.9%), 호텔롯데(69.7%)와 비교했을 때 가장 낮다.
다행이 이자보상배율은 2.22배로 지난해 (1.44배)보다 높아지며 양호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유동자산은 3조6452억 원, 유동부채는 4조1431억 원으로 유동비율 87.9%으로 나타나며 기준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중국 현지에서 2조4000억 원이란 매출을 올리며 성공 가도를 달리는 이랜드그룹은 어떨까.
면세점 사업을 전적으로 맡은 이랜드리테일은 꾸준한 점포 확장과 수익 향상으로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랜드리테일의 영업이익은 2345억 원, 이자비용 729억 원으로 이자보상배율 3.22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자본비율도 지난해 2959억 원의 유산증자 덕분으로 36.3%까지 오르며 개선됐다.
그러나 높은 부채비율이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이랜드리테일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표준치를 넘어선 175.5%로 경쟁사와 비교해 높은 편에 속한다. 신세계 부채비율은 126.6%, 호텔롯데 부채비율은 43.5%,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부채비율은 43.9%이다.
유동비율 또한 낮아져 35.5%로 현금 동원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단점이다. 이는 이랜드리테일이 지난 2011년 이랜드파크 유상증자(474억 원)와 2012년 이랜드건설 차입금 지급보증(910억 원) 설정, 2013년 이랜드파크 출자전환(389억 원) 등 다른 게열사의 배당금과 대여금 지급 등을 떠안았기 때문이다.
[더팩트| 김아름 기자 beautifu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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