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에 엘리엇 제동까지…삼성 대응 두고 고심
삼성그룹이 입을 굳게 닫았다. 삼성은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수요 사장단회의 때마다 그룹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주요 현안이나 이슈 등에 대해 회사 측의 견해를 밝혀 왔지만, 최근 2주 동안 별도의 브리핑을 진행하지 않은 것.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 주요 계열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을 둘러싼 외국계 자본의 공세까지 겹치면서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그룹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표명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수요사장단회의가 진행됐다. 이날 삼성은 지난 10일 열린 사장단회의에 이어 2주 연속 별도의 브리핑을 진행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계열사 사장들이 "고개를 못들 정도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으로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국민 앞에 송구하기 그지없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룹의 공식적인 견해 발표는 없었다.
삼성은 그동안 수요사장단 회의 직후 이준 삼성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을 필두로 그룹 주요 현안에 대한 회사 측의 견해를 밝혀왔다.
지난 3일 <더팩트>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병상 치료 단독 보도 이후 열린 사장단회의 때도 이준 부사장이 직접 나서 "이건희 회장이 안정된 상태로 재활치료에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후 지금까지 2주 연속 별도의 브리핑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 측의 이 같은 행보가 최근 메르스 사태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합병 제동 등 난제에 봉착한 그룹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룹의 공식 발언이 자칫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삼성 내부적으로도 고심이 깊을 것"이라며 "최근 브리핑을 진행하지 않는 것 역시 '말을 아끼는 것이 낫다'는 그룹 측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안 같은 사안은 그룹의 발언 하나하나에 계열사 주가가 요동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은 계열사 사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를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메르스 사태로 그룹 유일의 종합병원인 삼성서울병원이 '바이러스 최대 발병지'라는 오명을 떠안은 것은 물론 엘리엇의 공세로 증권가를 중심으로 합병 무산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전례 없는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의 상황은 심각하다. 삼성병원을 발원지로 메르스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15일 정부는 민간전문가 10명, 복지부 방역관 등 6명, 역학조사관 4명 등 모두 24명으로 구성된 민관 합동 즉각 대응팀을 병원 측에 파견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발 메르스 확산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날 공교롭게도 추가 확진 판정을 받은 8명 가운데 5명이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이 가운데 1명은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으로 확인됐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프로젝트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한화투자증권과 교보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증권가를 중심으로 합병 성사 여부를 두고 엇갈린 관측이 나오면서 양사의 주가도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잇단 악재와 관련해 삼성 측은 일단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삼성 측 고위관계자는 "엘리엇 사태와 관련해 그룹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사안이 민감하고 중대한 만큼 증권가에서 나오는 여러 시나리오에 대해 그룹 측이 일일이 반응을 보이는 것은 사실상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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