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삼성맨’ 황창규 회장이 KT를 이끈 지 2년째를 맞았다. 지난해 1월 취임 당시에는 그간 삼성전자에서 쌓은 실력으로 KT의 새로운 성공신화를 쓸 것으로 안팎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최근 재계 일각에서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를 받는 등 황 회장 리더십과 경영능력이 다소 흔들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사정책의 편중이 논란거리다. 황 회장은 비서실 개편과 삼성맨 등용 등으로 ‘삼성식 개혁’이라는 포장지를 둘렀다. 하지만 실상 ‘삼성 해바라기’ 경영체제 구축에 그치고 있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공기업 특성이 남아있는 KT가 급진적인 삼성식 시스템 개혁에 적응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고 있다는 비판의 단초를 황 회장의 삼성맨 챙기기에서 찾는 관측도 있다.
“메모리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두 배씩 늘어난다”는 이른바 ‘황의 법칙’으로 이름난 인물인 그는 1989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지난 2008년까지 반도체연구소 이사직, 부사장,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삼성맨이다.
황창규 회장은 취임 후 업계로부터 “이동통신 업계에서도 ‘황의 법칙’을 이뤄낼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이후 비서실 개편과 강력한 구조조정 등 ‘삼성식 개혁’이라는 평가를 등에 업고 리더십 강화에 나섰으나, 현재 업계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KT의 전통성을 살리기보다는 친정인 삼성 해바라기식 경영방식 및 체제를 성급하게 접목시키는 게 오히려 황 회장의 걸림돌로 작동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황 회장의 대표적인 ‘삼성 시스템’을 본 뜬 비서실에는 현재 45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원이 근무하고 있다. 전 KT 회장들의 비서실 조직과 비교할 때 인원 면에서 2~3배정도 많다. 황 회장은 올해 1월, 직속 비서실을 1·2·3팀으로 전면개편하고 삼성의 미래전략실 체제를 이식했다. KT의 비서실 1팀은 신사업 기획 및 KT를, 2팀은 재무·IR 포함한 관리(지원) 업무와 계열사를, 3팀은 홍보 등 그룹 전체의 대외협력 업무를 맡았다.
이는 삼성 미래전략실과 거의 같은 구조다. 삼성 그룹의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미래전략실은 삼성 계열사 전체를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1팀은 그룹 주력인 삼성전자를, 2팀은 삼성그룹 계열사를 담당하고 있다. 황 회장 역시 비서실에 KT 계열사 전반을 관할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겼다.
특히 당시 조직 개편을 통해 정통 KT맨인 한훈 전 부사장을 내보내고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 출신의 김인회 전무와 전 삼성전자 홍보팀 출신 윤종진 상무를 팀장에 앉혀 ‘친정 챙기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 전무는 1989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일본삼성·삼성코닝·삼성중공업 등을 거친 대표적인 삼성맨이다.
황 회장은 김 전무와 윤 상무 외에도 삼성생명 출신 최성신 전무, 삼성물산 상무를 지낸 최일성 KT에스테이트 대표이사, 서준희 전 삼성증권 부사장 등 삼성 출신 인사를 KT 요직에 데려와 앉히는 등 삼성 인물 심기를 단행했다.
업계는 취임 후 단행한 인력 구조조정 역시 삼성 특유의 시스템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 삼성 역시 조직개편과 슬림화로 실적 개선을 꾀한 바 있다. 당시 황 회장은 조직을 정리하며 수천 명에 이르는 인력구조 축소 작업을 단행했다. 8300여 명이 명예퇴직하며 각종 잡음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에 삼성과 KT가 가지고 왔던 그룹 문화가 현저히 다른 만큼 오히려 내부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또한 공기업 성격이 남아있는 KT에 황 회장의 급진적인 삼성식 개혁이 통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구호와 행동이 엇갈리는 조직문화가 오히려 KT발전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회장 이미지 보강작업때문에 비서실과 계열사간 충돌도 적지 않다는 얘기도 흘러 나왔다.
물론 황 회장의 ‘내 사람 챙기기’가 믿고 쓸만한 인물의 기용이라는 주장도 외면할 수는 없다.
황 회장은 경영실적 측면에서도 좋은 점수는 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 취임 2년차에 접어들었지만 황 회장은 뚜렷한 비전이나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실적도 여전히 부진하다. KT는 지난해 엽엉손실 2918억 원이 발생해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도 2013년 대비 1.6% 감소한 23조4215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209억 원, 매출 5조4364억 원, 당기순이익은 2806억 원 등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으나 ‘몸집 줄이기’에 치중한 KT가 특별한 성장동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게다가 KT 매출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유선전화와 초고속 인터넷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KT 유선전화는 가입자수 감소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 1분기 유선사업 부문의 매출은 1조305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1160억 원) 줄었다. 이중 유선전화는 830억 원(12.2%)이나 감소했다. 전용통신 사업과 시장점유율 1위인 초고속 인터넷 사업 수익도 각각 160억 원(5.4%), 170억 원(3.8%) 줄어들었다. 지난해 초고속인터넷 점유율은 42.3%로 지난 2013년보다 0.8% 하락했다. “올해 구체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한 황 회장에게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이유다.
황 회장이 취임 후 가진 첫 공식석상에서 내놓은 ‘기가토피아(GIGAtopia)’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알맹이를 찾아볼 수 없다. 기가토피아는 ‘인간과 모든 사물이 기가 인프라로 연결되고, 융합 서비스를 통한 ICT 생태계 활성화로 고객, 산업, 국가 모두에게 편리하고 활기찬 환경과 새로운 무대를 제공하는 세상’이다. 즉 ICT 생태계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것인데 통신과 이종 산업 간 시너지 효과를 아직까지 찾아볼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황 회장의 유일한 성과는 전임 회장의 흔적 지우기뿐이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황 회장이 취임 후 기가토피아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보다는 KT 구조조정과 삼성식 DNA심기에 치중한 경향이 있다”며 “KT와 삼성의 경영문화를 적절히 조합해 목표로 내세운 ‘1등 KT’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팩트│황원영 기자 hmax87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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