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펀드 합병 '반기'…삼성, '시너지 창출' 뚝심 있는 경영으로 증명해야
재계 서열 1위 삼성의 주요 계열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을 두고 외국 자본이 '주주의 권익 침해'를 주장하며 딴죽걸기에 나섰다.
지난 4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메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은 기습적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안은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이라며 보도자료를 국내 언론에 배포하면서 삼성 계열사의 합병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엘리엇이 경영권 확보를 이유로 사들인 삼성물산 주식은 모두 1112만5927주로 이번 주식매입을 통해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확보하게 됐다. 엘리엇의 목적은 분명하다. 시세차익의 극대화를 위해 그동안 숨겨놓은 발톱을 삼성지배구조 개선을 겨냥해 드러낸 것이다.
양사가 합병을 결의했다고 밝힌 지 열흘 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헤지펀드의 '게릴라식' 시비 걸기의 여파는 상당했다. 합병 이후 예상되는 삼성 지배구조 재편안의 갖가지 시나리오 대신 이번 합병 프로젝트가 외국계 주주들의 변심으로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삼성물산 지분 약 10%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행보에 재계의 눈과 귀가 쏠렸다.
물론 삼성물산의 외국인 보유 지분 비중이 30%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이슈에 대한 일각의 우려도 결코 과민반응이라고 단정할 수많은 없다. 그러나 그간 외국계 자본이 국내 기업 주식을 사들이며 '트러블메이커'를 자처, 주가만 잔뜩 올려놓은 후 정점에서 되팔아치우는 이른바 '먹튀' 논란의 전례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크다.
실제로 지난 2003년 소버린과 2006년 칼 아이칸이 SK㈜와 KT&G를 대상으로 경영권 분쟁 등 잡음을 일으키며 지분 가치를 부풀며 차익만 남기고 손을 털어버려 '먹튀'논란을 가중시키며 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애꿎은 주주들에게 경제적 손실을 안긴 바 있지 않은가.
엘리엇 측이 지금까지 밝힌 견해는 단순하다. 양사 간 합병 조건이 공정하지 않으며, 삼성물산의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게 전부다. 저평가 주장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싼값에 주식이 팔리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식의 주장만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엘리엇 측의 행보를 두고 "합병 자체를 무산시키는 것이 아닌, 시세 차익을 누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사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양사의 합병 소식이 수면에 오른 이후 이번 합병 건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밑그림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욱이 국내에서 제기된 의혹을 넘어 이번에는 국외 거대 자본까지 '헐값 매입'을 주장하며 딴죽걸기에 나선 상황에서 단순한 교과서적인 발언만으로는 논란을 불식할 수는 없어 보인다.
이제 삼성에 필요한 것은 애초 회사 측이 주장한 '사업적 시너지 창출'이라는 목적과 관련해 주주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경영을 기반으로 설득력을 높이는 것이다.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일반 주주들 역시 외국계 자본의 근거 없는 주장에 판단력을 잃지 말고, 냉철한 감시자와 관찰자의 시선으로 회사 측의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삼성의 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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