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석에 누운 지 1년이 지났다. 그룹 사업구조 개편 등 체질개선을 선언한 이 회장의 갑작스러운 와병 소식에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의 앞날에 대한 갖가지 관측과 우려가 끊이지 않았고, 이 회장의 세 자녀에 대한 리더십에 대한 기대 역시 높아졌다. <더팩트>는 아버지의 부재 1년 동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 세 사람이 보여준 리더십과 경영능력에 대해 살펴봤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병상에 누운 지 벌써 1년이 다 됐다. 이 회장의 3남매 중 차녀인 이서현 사장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제일모직에서 패션부문을 이끌고 있다. 제일모직은 1년 전부터 사업구조 개편 작업을 하고 있는 재계 1위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구실을 하는 핵심 회사로 주목받았다.
제일모직은 SK, 한진, 대림그룹 등이 최근 잇따라 핵심 계열사를 합치면서 향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정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계열사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통해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SDS 등 전자 계열사의 지배구조를 완성한 상태인 만큼 제일모직은 그룹에 있어서도 핵심 계열사다.
제일모직의 지배구조는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이 23.23% 지분율로 최대주주이고, 여동생들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도 각각 7.75%씩을 갖고 있는 오너일가에게도 중요한 회사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모직의 대주주 보호예수 기간이 다음 달 안에 해제되면서, 제일모직을 필두로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변동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출자순환 구조에서 향후 삼성전기 등의 계열사가 보유 중인 제일모직 지분을 정리할 경우 현재까지 다소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과 광고, 미디어 사업을 주도하는 이서현 사장이 향후 제일모직을 어떻게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제일모직 합병, 어떤 시나리오가 유력할까?
2012년 11월 삼성 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 사업부 인수와 삼성코닝 정밀 소재 매각에 이어, 지난해 3월에는 삼성 SDI와 제일모직이 전격 합병했다. 이로써 제일모직은 전기차용 배터리와 2차 전지, OLED 등 소재에서 부품으로 이어지는 IT 기업 수직 계열화에 한걸음 다가섰다.
현재 재계와 증권업계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삼성전자와 제일모직을 합치는 방안이다. 이와는 별도로 삼성SDS를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이나 삼성전자 지주사와 합치는 방안도 얘기되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와 제일모직의 합병은 이건희 회장 사후 승계구도 구축에 가장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해 삼성전자 투자회사(홀딩스)와 사업회사로 나눈 뒤 삼성전자 홀딩스와 상장한 제일모직이 합병해 삼성지주사를 출범시키는 방식이다. 또 제조 부문 지주사 는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홀딩스의 합병회사가 맡고, 금융 부문에서는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와 더불어 금융지주를 구성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도 제기된다.
삼성SDS가 오는 14일, 제일모직은 다음 달 18일에 의무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면서 두 회사가 합병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삼성가 3세들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이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는데 필요한 세금에 충당될 것이라는 전망은 내놓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삼성SDS를 아예 제일모직 등과 합병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상속세는 유가증권으로도 납부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분을 팔고 그 돈으로 상속세를 충당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이서현 사장, 제일모직 패션부문 실적 끌어올릴까?
제일모직의 지난 1분기 실적은 좋지 않았다. 제일모직 실적이 부진한 데는 제일모직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패션사업부문이 저조한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의 사업부문별 매출비중은 패션 36%, 급식식자재유통 31%, 건설 25%, 레저 8% 등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제일모직 패션부문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58억 원 감소한 3억 원에 그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도 911억 원 줄어든 4632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패션시장이 장기 불황의 여파로 패션업계에 돈이 돌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의 식자재나 건설사업이 삼성그룹을 통해 매출 안정성을 확보하는 반면 패션사업은 오로지 소비자들의 선택에 좌우된다”며 “에잇세컨즈 등 SPA브랜드에 대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지 않고 있다. 제일모직 패션사업의 2020년 매출 예상치를 5조5600억 원에서 4조6000억 원으로 17% 하향조정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서현 사장은 해외 브랜드에 잠식된 국내 패션 시장에서 빈폴아웃도어(도심형 아웃도어), 에잇세컨즈(국내형 SPA) 등 새로운 시도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나 에잇세컨즈가 국내에서 유니클로나 자라, 이랜드 SPA브랜드 스파오 등과 경쟁이 심화한 탓에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또 남성복시장 역시 백화점에 경기불황이 닥치면서 저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이서현 사장은 침체된 패션 시장에서 올해는 소재 혁명을 통해 ‘K패션 리더십’을 과시하고 있다. 이서현 사장의 차별화 리더십은 끊임없는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기능성 의류 혁명'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2013년 가을 '스마트 슈트 2.0'을 시작으로 지난해 KT와 손잡고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을 갖춰 스마트폰과 상호 통신이 가능한 최첨단 남성 정장을 선보였다. 또 연초에는 구김이 안가는 '로가디스 정장'에 이어 물빨래가 가능한 고급 소재 '딜라이트 리넨'을 연이어 내놓으며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다.
[더팩트 │ 황진희 기자 jini8498@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