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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재벌가 3세 '빌딩갑질'…깊어가는 철물점 이 씨의 한숨

  • 경제 | 2015-02-23 17:43
재벌가 3세의 갑질 횡포 논란 LG가 3세 구본호(40)씨가 대리인을 앞세워 자신의 건물에 세 들어 사는 세입자를 대상으로 갑질횡포를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황원영 기자
재벌가 3세의 갑질 횡포 논란 LG가 3세 구본호(40)씨가 대리인을 앞세워 자신의 건물에 세 들어 사는 세입자를 대상으로 갑질횡포를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황원영 기자

LG家 3세 구본호, 세입자 강제로 쫓아냈나?

재벌가(家)의 이른바 ‘갑질’ 횡포가 다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에는 LG가다. 지난 2011년 주가 조작혐의를 받은 바 있는 LG가 3세 구본호(40)씨가 자신의 건물에 세 들어 사는 세입자를 임대기간이 만료되지 않았음에도 거의 강제적으로 퇴거시키거나 내쫓으려고 해 서민 자영업자들의 공분을 샀다.

세입자들에 대한 욕설과 협박 등 직접적인 횡포를 '실행'한 것은 구본호 씨의 대리인이지만, 구본호 씨의 직간접적 지시없이 이같은 비상식적인 횡포가 가능했을 리 없다는 관점에서 재벌가 갑질에 대한 지탄의 목소리가 크다.

<더팩트>는 23일 오후 서울 학동역 인근에 위치한 4층 규모인 문제의 건물을 찾았다. 학동역 인근은 긴 연휴를 끝낸 직장인들로 평소 주중과 같이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구 씨는 지난 2012년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해당 빌딩을 22억 원에 매입한 후 대리인을 내세워 건물 1층과 지하 등 세입자에게 퇴거를 요구했다. 월세를 올리거나 간판을 내리는 등 각종 방법을 동원했다.

논란이 된 빌딩은 지하철 7호선 학동역에서 불과 2분여 거리에 자리하고 있었다. 주변은 각종 음식점과 카페, 병원, 사무실 등이 들어서 지하철역과의 접근성은 물론 상권도 뛰어났다.

구 씨가 해당 건물을 인수하기 전부터 장사를 하고 있던 칼국수집과 철물점은 상대적으로 낮은 월세로 건물을 임대하고 있었다. 철물점의 경우는 강남에서 보기 드문 전세였다. 구 씨는 건물을 인수한 후 해당 건물을 저렴한 임대료로 쓰고 있던 기존 세입자들을 내쫓고 높은 임대료를 지불할 수 있는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빌딩 1층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철물점 주인 이 씨는 “있는 사람들이 더한다. 인터넷에서 구 씨의 재산을 찾아보니 상당하더라. 겨우 몇 푼 더 벌자고 가족 목숨 줄이 걸린 사람들의 생계를 뺏으려고 하나”며 한숨을 내쉬었다.

빌딩 1층에는 철물점, 지하에는 술집 바(BAR)가 위치해 있다. 4층짜리 빌딩에서 현재 문을 연 가게는 단 두 곳이었다. 2층에는 속눈썹 연장을 전문으로 하는 미용실이 있었으나 문을 닫은 상태였다. 2층 내부를 들여다보니 '속눈썹 연장'이라는 간판만 제외하고 모두 깨끗하게 치워져있었다.

현재 바가 위치한 지하는 구 씨가 매입할 당시에는 칼국수점이었다. 칼국수점은 월세 임차 계약을 맺고 있었으나, 빌딩 관리를 맡고 있는 구 씨의 대리인이 간판을 떼고, 공사 자재를 지하 입구에 쌓아 놓는 등 의도적인 압박으로 세입자를 내보냈다는게 주위의 전언이다. 오는 4월까지 전세 계약이 돼있는 철물점은 현재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철물점 주인 이 모씨는 구 씨의 대리인으로부터 수차례 협박을 당했다고 한다. 입에 담기조차 힘든 폭언을 휘두르며 가게를 빼라고 협박했다. 이 씨는 "수시로 다니면서 갖은 협박을 했다"며 "뒤에서 쫓아올까 무서워 집에 돌아갈 때면 열두 번도 더 뒤를 돌아본다"고 털어놨다.

이 씨에 따르면 구 씨의 대리인은 2012년 9월부터 철물점을 찾아와 폭언을 퍼부었다. 같은 해 11월부터 철물점 매출은 40%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구 씨는 "가게를 빼라며 수시로 찾아오는데 장사가 잘 될 리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 씨와 대리인은 철물점 주인 이 씨가 가게 앞에 좌판을 차리면 구청에 신고해 좌판을 철거당하도록 하는 방법도 사용하는등 퇴거를 위한 다양한 수단을 동원했다고 이 씨는 분개했다.

구 씨의 대리인은 같은 건물 3~4층에 있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빌딩 매매와 투자 등 부동산 매매를 전문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는 해당 회사는 건물 외부에 간판도 달아놓지 않았다. 취재진이 3층에 올라가 문을 두드렸지만 굳게 닫혀있을 뿐 대답은 없었다. 해당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 등은 현재 접속이 불가능했다.

간신히 유선 상으로 연결된 해당 회사 관계자는 "세입자 관련 사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며 "아무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해당 건물을 관리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모른다"는 말로 일관했다.

이 씨에 따르면 지하 칼국수점뿐 아니라 2층 미용실 역시 구 씨측의 횡포로 가게를 떠났다. 구 씨가 5000만 원 보증금에 월 50만 원인 2층 임대료를 마구잡이로 올렸다는 것이다. 이 씨는 "2층 주인은 1년을 꾸역꾸역 버티다가 결국 나갔다"며 "이렇게 알려져야 다른 세입자들이라도 보호를 받지 않겠냐"고 성토했다.

구 씨가 해당 빌딩을 매입한 것은 지난 2012년 7월이다. 구 씨 소유의 이 빌딩은 연 면적 305.68㎡으로, 1989년 건축됐다. 토지(114㎡)의 공시지가는 11억5000만 원이다.

구 씨는 이 씨를 상대로 2012년 10월 명도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 7월 패소해 결국 이 씨가 승리했다. 이 씨는 "윗사람에게는 엎드리면서 약자는 주먹으로 치는 행위다"며 "각종 폭언은 물론 그보다 더 한 협박도 많이 받았다. 우리에게 장사할 공간은 가족과 생계가 달린 삶이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언론 보도로 구 씨측 횡포가 논란이 되자 23일 오전 구 씨의 친인척이라고 자처하는 A 씨가 철물점을 찾아왔다. 이 씨는 "구 씨의 친인척이라며 한 남성이 찾아왔다"며 "하지만 명함도 없고 믿을 수 없었다. 들고 온 계약서 역시 복사본으로 제대로 된 것인지 알 수 없어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 씨는 LG 창업주 고(故) 구인회 회장의 동생인 구정회 씨의 손자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6촌 동생이다. 2007~2008년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를 이용한 대규모 코스닥 투자를 단행했으나, 2011년 주가 조작혐의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 유예 4년의 판결을 받았다. 보석으로 풀려난 후 증권가에서 손을 뗐다. 물류업체 범한판토스 지분 1930억 원어치는 LG상사와 구본무 회장의 양자인 구광모 LG 상무 등에게 넘겼다.

[더팩트│황원영 기자 hmax87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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