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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진의 게임 카페] 한 게임업체의 ‘열정페이’ 논란

  • 경제 | 2015-02-16 13:19
어떻게 이런 일이? 무보수 성우 모집 건에 네티즌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위터 캡처
어떻게 이런 일이? 무보수 성우 모집 건에 네티즌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위터 캡처

‘보수는 게임머니’ 성우 모집 건에 뿔난 넷심

게임업계 하면 최첨단 젊은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래서인지 이 분야에 흥미를 느끼고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이 많다. 게임업계의 구성원이 기존 산업에 비해 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 산업과 달리 소위 ‘스펙’이 당락을 좌우하지 않는 것도 독특하다. 인사 담당자들은 인재 채용의 중요한 덕목으로 ‘열정’과 ‘잠재력’을 꼽는다.

최근 소규모 게임업체 브로드콘이 이른바 ‘열정페이’ 논란에 빠졌다. 게임 성우를 모집하면서 보수를 게임머니인 ‘다이아’로 지급하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불거진 논란이다. 해당 업체는 즉시 사과했지만 이를 보는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다. 네티즌들은 이 업체의 게임 소개 코너 등을 쫓아가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면서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러 ‘얄팍한 수’라고 강도 높게 지적하는 반응도 있다. 업계 일각에서도 생각지 않았던 일이 터지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는 이에 대해 ‘사내 직원이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인들(성우 지망생, 목소리 녹음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는 과정에서 게임머니를 준다는 내용이 일부 편집돼 오해를 불러왔다’고 항변했다. 게임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소규모 업체가 호된 신고식을 치렀으니 그 속이 오죽 답답했으랴. 문득 이전에는 어떤 방식으로 채용했는지 궁금해 살펴보니 ‘형, 누나, 동생들과 원만하게 대화하며 책임감 강하신 분’이라고 적힌 우대 사항이 눈에 띄었다. ‘완생’(完生)을 향해 꿈을 키워가고 있는 ‘미생’(未生)의 어설픔이랄까.

모르긴 해도 이 업체는 이번 일을 이색 채용으로 추진하면서 ‘열정페이’의 함정에 빠진 것 같다. 게임업계가 사람을 채용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열정’에만 관심을 보인 나머지 ‘페이’(보수)가 지닌 책임은 등한시 해 발생한 어이없는 일이란 말이다.

이번 일로 알아뒀으면 하는 점은 자신들이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때로는 누구나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분명한 점은 기존 업체에 비해 회사 규모가 작고 업력이 짧다고 해도 엄연한 사업체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번 논란을 겪으면서 어설픈 변명에만 머문다면 세월이 흘러도 더 이상 발전하지 않는 미생과 같은 존재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는 일본의 남녀 작가가 하나의 사랑 이야기를 남녀 주인공의 시각에서 각기 써내려간 작품이다. 이 소설은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번 논란을 보면서 소설의 제목인 ‘냉정과 열정’이 떠올랐다. 작품 내용과는 별개로 말이다. 회사가 사람을 구할 때 살펴야 할 것이 열정이라면, 회사는 채용자가 받아야 할 보수에 대해 냉정한 입장에서 처우해줘야 한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이번 채용 과정에서 미진했던 부분에 대한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소규모 개발사로서 기존 업체가 갖지 못한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새 출발해야 한다. 이제까지 마음 자세를 돌려 새롭게 가다듬는다는 뜻의 ‘심기일전’(心機一轉)은 이럴 때 필요한 말이다.

[더팩트 | 최승진 기자 shai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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