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오세희 기자] "책임을 통감하며 반성하고 있다."
올 한해는 금융사 수장들에게 유난히도 혹독한 1년이 됐다. KB금융지주는 내분 사태로 인해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고, 하나은행장과 우리은행장도 연임되지 못한 채 씁쓸히 퇴장했다. 카드사 수장들 역시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등 여느때보다 차가운 칼바람이 분 한해였다.
수장들의 수난사는 올해 1월부터 시작됐다. 신용평가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서 파견된 직원이 KB국민·롯데·NH농협카드 등 3사에서 고객정보를 빼돌리면서 1억4000여건에 달하는 고객 정보가 유출돼 사상 초유의 파란이 일어난 것. 이에 따라 카드 3사 수장들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졌다.
새해 벽두부터 일어난 사건은 카드 3사 수장들에게 직격탄이 됐다. 손경익 NH농협카드 분사장,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 심재오 KB국민카드 사장은 카드사 정보 유출이 불거지자 곧장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사태는 잠잠해지지 않았고 결국 옷을 벗었다. 또한 카드사 정보 유출과 관련해 금융 당국의 수위 높은 문책도 진행돼 카드 3사 수장들은 연초부터 된서리를 맞았다.
이 사건으로 금융 공공기관 수장들도 타격을 입었다. 지난 3월 최수현 전 금감원장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취임 1년을 맞았지만, 1주년 행사도 챙기지 못한 채 카드사 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였다. 최 원장은 카드 3사의 고객정보 유출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여론에 결국 지난달 임기를 1년 이상 남기고 돌연 사퇴했다.
올해는 시중 은행장들이 당국의 징계 등으로 교체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KB금융지주는 금융권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KB국민은행의 내부 주전산기 시스템 교체를 두고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서로 대립하면서 내부 갈등이 빚어진 뒤 끝내 봉합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KB금융지주 두 수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고, "책임을 통감하며 반성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주전산기 교체를 두고 싸움을 이어가던 두 사람은 결국 금융위원회의 중징계를 받고 자진 사퇴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옷을 벗게 됐다. 하나은행 KT 자회사인 KT ENS의 협력업체에 1600억 원 정도의 돈을 대출해줬다가 사기를 당하면서 KT ENS 부실 대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제재를 받게 된 것.
이미 김 행장은 지난 4월에도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당시 사장으로 있던 하나캐피탈의 미래저축은행 부당 지원과 관련해 문책 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아 금융 당국의 퇴진 압박을 받았다. 임기를 채우겠다던 김 행장은 지난 10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백의종군 하겠다"는 발언을 지켜 사의를 표명했다.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도 올해 재선임에 실패하며 쓴눈물을 삼켜야했다. 이 행장은 지난 2일 열린 2차 행장추진위원회를 앞두고 돌연 사의 표시를 했다. 무난하게 연임될 것으로 예상됐던 이 행장이 선거를 포기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특정인 내정설'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가 우리은행 민영화 인수 작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뒤 부각된 이광구 부행장이 그 중심에 있었다. 이 부행장은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 멤버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나왔고, 결국 이 행장은 꾸준히 진행해 왔던 우리은행 민영화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업계 관계자는 "2014년이 금융사들에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한 해였다. 큰 사고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수장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더욱이 금융사들이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조직 내 갈등이나 외부의 압력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자리를 떠난 수장들도 있어 올해 금융권 분위기가 밝지만은 않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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