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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근의 Biz이코노미] SK 최민정의 선택이 신선하다

  • 경제 | 2014-11-27 17:24
최태원 SK㈜ 회장의 차녀 민정 씨가 26일 오후 2시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진행된 '제117기 사관후보생 임관식'에서 소위 계급장을 달았다. / 해군사관학교 = 문병희 기자
최태원 SK㈜ 회장의 차녀 민정 씨가 26일 오후 2시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진행된 '제117기 사관후보생 임관식'에서 소위 계급장을 달았다. / 해군사관학교 = 문병희 기자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국내 재벌가에 이례적인 사례가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재계 서열 3위 SK그룹의 총수 최태원 SK㈜ 회장의 차녀 민정(23) 씨가 '재벌가의 딸'이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해군 장교 계급장을 달게 된 것.

26일 오후 2시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제117기 사관후보생 임관식이 열렸다. 해마다 수십여 명의 군 장교가 배출되는 과정이지만, 이날만큼은 십여대의 방송 카메라가 행사장 곳곳에 즐비했다.

세간의 눈과 귀가 우리나라의 신임 해군 장교의 탄생에 몰린 이유는 딱 한 가지. '신데렐라', '로열패밀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대기업 오너 딸이 해군사관생도 가운데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열린 해군사관생도 입소식에서 가족 친지에 큰절을 올리고, 입소 전 어머니와 포옹을 나누는 민정 씨(오른쪽)의 행동은 여느 아들 딸들과 다르지 않았다.
지난 9월 열린 해군사관생도 입소식에서 가족 친지에 큰절을 올리고, 입소 전 어머니와 포옹을 나누는 민정 씨(오른쪽)의 행동은 여느 아들 딸들과 다르지 않았다.

민정 씨의 입대 도전 소식이 처음 수면에 오른 것은 지난 8월로 SK그룹과 국방부 측에 따르면 민정 씨는 4개월여 전인 지난 4월 '제117기 해군 사관후보생 모집'에 지원, 필기시험에 합격한 데 이어 지난달 면접과 신체검사를 마친 상태였다.

내로라하는 대기업 오너의 '깜짝' 입대 지원 소식에 재계는 물론 누리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응원의 메시지도 있었지만, 구속 수감 중인 최 회장의 조기 석방을 겨냥한 여론몰이를 점치는 의심에 눈초리도 만만치 않았다.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기 위해 외국 국적을 돈으로 취득하면서까지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려 했다 적발된 재벌가 며느리의 사례나 후임병을 괴롭히다 적발된 국회의원 자녀들의 이야기에 익숙해진 국민들에게 이 같은 불신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 수도 있다.

더욱이 수년째 개선점을 찾지 못하는 취업난과 전세난 속에 '대기업'이라고 불리는 아버지 회사에서 손쉽게 경영에 참여하거나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갤러리를 운영하는 '회장님 딸'들의 행보를 돌이켜보면, 평범한 사람들이 가진 색안경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민정 씨는 자신의 임관을 축하해주기 위해 먼길을 찾아 온 어머니 노소영 아트센터 관장과 동생 인근 씨 등 가족 친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민정 씨는 자신의 임관을 축하해주기 위해 먼길을 찾아 온 어머니 노소영 아트센터 관장과 동생 인근 씨 등 가족 친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사실 지난 9월 입소식 현장을 직접 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자 역시 어느 정도의 '편견'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입소에서부터 임관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결과, 최민정의 선택은 분명 남달랐다. 그의 진정성을 엿볼수 있었다. 어머니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함께 등장한 민정 씨는 '앳된 여대생' 모습 그대로였다. 가족 친지에 큰절을 올리고, 입소 전 어머니와 포옹을 나누는 그의 행동은 여느 아들 딸들과 다르지 않았다.

임관식날 역시 해군사관학교 연병장 한가운데서 군기가 바짝 든 채 임관을 맞이하는 민정 씨의 표정에는 108명의 사관생들과 마찬가지로 당찬 군인의 느낌만 묻어났다.

더욱이 "(민정 씨는) 동기들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며 훈련 과정에서 몸이 불편한 여군 동기생을 부축하고 도와주는 등 적극적인 리더십과 동기애를 보였다"는 민정 씨에 대한 동기생들의 평가 역시 세간의 불신을 해소시키는 데 한 몫을 했다.

물론, 군인으로써의 행동양식에 따라 행동하고 정해진 룰에 따르는 것 자체가 칭찬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임관까지 어떠한 비리와 차별, 부정행위가 없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사회의 뿌리 박혀 왔던 재벌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몸소 실천했다는 점 만큼은 높이 사고 싶다.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만한 국내 굴지의 재벌가 남자들의 군 면제가 지난 시간 부단하게 사회적 이슈로 논란이 됐던 걸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민정 씨의 임관식이 각종 언론에 보도된 이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및 온라인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는 대기업 오너 딸의 군 장교 복무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잇따랐다. / 트위터 캡처
민정 씨의 임관식이 각종 언론에 보도된 이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및 온라인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는 대기업 오너 딸의 군 장교 복무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잇따랐다. / 트위터 캡처

실제로 민정 씨의 임관식이 각종 언론에 보도된 이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및 온라인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는 대기업 오너 자녀의 최초 군장교 입성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잇따랐다.

정치권에서도 이례적으로 민정 씨의 임관에 대해 "재벌가의 어두운 소식만 들었던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민정 씨의 임관식 당일 새정치민주연합은 허영일 부대변인의 논평으로 "우리나라의 집권층과 재벌들이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것은 '특권'을 누리기만 했지,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고 헌신하는 자세와 실천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민정 씨의 임관은) 재벌가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사례"라고 밝혔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소위 특권층이라고 불리는 집단이 지금까지 보여준 번지르르한 말보다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 한번의 실천이 이 사회에 고질병으로 자리 잡은 계층 간 갈등을 해소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p>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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