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앤스타

삼성 이재용 새판짜기…전자‧금융 중심 ‘그룹 재편’ 나선다

  • 경제 | 2014-11-26 15:43
삼성전자와 한화그룹은 삼성그룹의 석유화학부문인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과 방산부문인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를 한화그룹에 넘기는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공시했다./ 더팩트DB
삼성전자와 한화그룹은 삼성그룹의 석유화학부문인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과 방산부문인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를 한화그룹에 넘기는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공시했다./ 더팩트DB

[더팩트 | 황원영 기자]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이 26일 삼성의 석유화학·방위산업 부문 4개 계열사의 매각·인수를 통해 약 2조 원대에 달하는 ‘빅딜’을 단행하면서 삼성그룹이 전자와 금융 중심으로 새 판을 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과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양쪽에 두고 사업재편을 이뤄내고 ‘이재용의 삼성’을 향한 작업에 속도를 붙였다.

삼성전자와 한화그룹은 삼성그룹의 석유화학부문인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과 방산부문인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를 한화그룹에 넘기는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공시했다. 삼성그룹이 복수의 주요 계열사를 한꺼번에 매각한 것은 지난 1997년 이후 17년 만이다.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 지분 32.4%와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삼성테크윈 지분 포함 81%) 등을 삼성그룹으로부터 인수했다. 한화는 삼성테크윈 지분 전량인 32.4%를 8400억 원에 인수하며,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는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자사주 제외)를 1조600억 원에 인수한다. 삼성테크윈 합작 자회사인 삼성탈레스와 삼성종합화학의 합작 자회사인 삼성토탈도 동시에 양도된다.

이로써 삼성그룹은 사실상 화학과 방산 부문을 처분하고 그룹 구조를 전자, 금융, 건설 및 중공업, 서비스로 단순화하게 된다. 삼성그룹에 남아있는 화학부문 사업은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이다.

이번 매각을 통해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 경영권 승계 구도가 한층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양쪽에 두고 전자‧금융‧건설 등 그룹 주력 사업부문을 승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고전을 면치 못한 석유화학과 비주력 사업인 방산 부문을 모두 매각하면서 이재용 시대의 ‘선택과 집중’의 윤곽을 뚜렷이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그룹의 구조를 개편했다. 제일모직 패션 사업을 흡수한 삼성에버랜드는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변경했으며, 소재 산업은 삼성SDI와 합병했다. 삼성SNS와 삼성SDS가 합병해 업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최근 추진된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무산됐으나, 업계는 이 부회장이 건설 부문을 삼성물산 등에 흡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지난 14일엔 삼성SDS를 상장했다. 지분 11.25%를 갖고 있는 이 회장은 주식 부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다음 달에는 제일모직이 상장한다.

제일모직이 삼성그룹에 정점에 자리 잡고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지주회사 형태로 이를 받치고 있는 출자구조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번에 매각되는 4개 계열사에는 오너 일가 지분은 거의 없다. 이부진 사장 몫만 눈에 띈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종합화학 지분 4.95%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이 회장의 삼성종합화학 지분 0.97%가 전부다. 이번 매각으로 오너 3세의 지분 구조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매각을 통해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 경영권 승계 구도 마련과 그룹 구조 개편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부회장은 전자‧금융‧건설을 맡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호텔‧상사‧유통‧레저(리조트) 부문, 이서현 제일모집 패션사업부문 사장은 패션사업과‧광고‧미디어 사업(제일기획)을 전담하는 구도로 윤곽이 잡혔다.

오너 3세 경영권 승계 구도가 구체적인 윤곽을 그리면서 다가오는 삼성그룹의 연말 인사에도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렸다. 특히 이번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의 빅딜을 직접 주도한 것이 이 부회장으로 알려지면서 그 관심이 더욱 뜨거워졌다. 그룹 수장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 공백 상태에서 그룹 재편이 이뤄지면서 이부진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등 굵직한 인사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 이뤄질 수 있을지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룹 내부적으로는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 아직 시기가 이르다는 판단을 받았으나, 그룹 재편이 속도를 내면서 이 또한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지나 라이하트 호주 로이힐 회장,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등 글로벌 인사들과 스킨십을 강화하며 행보를 본격적으로 넓힌데, 이어 그룹의 얼굴을 자처하며 내부 사안도 꼼꼼히 챙기며 기틀을 닦고 있다.

지난달에는 삼성그룹의 ‘영빈관’으로 불리는 서울 이태원동 승지원에서 해외 금융사 사장들과 만찬을 주재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호스트(초청자)자격으로 승지원 만찬미팅을 진행했다는 것은 그 상징성이 매우 크다는 게 재계 내 중론이다.

hmax875@tf.co.kr
비즈포커스 bizfoucs@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