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연말인사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재계가 새로 짜일 삼성그룹의 인력 운영안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의 '맏형' 삼성의 인사와 채용, 새로운 사업 구상안 등 일거수일투족은 국내 대기업의 경영체제 수립에 척도가 돼 왔다.
더욱이 20여년 만에 그룹 채용 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기업 쇄신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삼성그룹의 인력 '새판짜기'에 세간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분위기다.
10대 그룹 한 임원은 "실물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상당수 그룹들이 삼성의 임원인사 방향이나 폭, 새해 사업구상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의 경영정책을 확인한 다음에 여타 그룹들도 움직일 것이라는 이야기다.
올 삼성그룹의 연말인사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그룹의 수장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재,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확대 등 크게 세 가지다.
지난해 삼성의 연말 인사는 말 그대로 '승진 잔치'였다. 특히, 가장 큰 수혜를 본 계열사는 단연 삼성전자로 당시 전체 승진자 475명 가운데 절반 수준인 226명의 삼성전자 직원이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삼성의 성과주의 인사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조 원을 돌파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그러나 올해 삼성전자의 분위기는 180도 다르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영업이익에서 전 분기 대비 43.5% 떨어진 4조600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 2011년 4분기 이후 3년여 만에 영업이익이 5조 원대 밑으로 떨어졌다.
특히, 그동안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해 온 IT모바일(IM) 부문에서 3분기 1조7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지난해 동기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것이 발목을 잡아 충격을 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연말 인사에서 삼성전자, 특히 IM 부문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문책성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8월에 스마트폰 사업 분야 몇몇 임원들에 권고사직을 통보한 데 이어 9월 무선사업부 소속 인력 500명가량을 조정 배치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에는 경영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이듬해 10%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한바 있어 올 연말인사에도 '인사 칼바람'이 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게 삼성그룹 안팎의 판단이다.
이 회장의 부재 속에서 이뤄지는 첫 그룹 인사라는 점 역시 이번 연말인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오너 3세의 '경영권 정리'가 선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 역시 이 회장의 공백과 무관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회장직에 올라 경영권의 지휘봉을 쥐고 그룹을 전면에서 진두지휘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내놓고 있다. 그룹의 위기 때마다 이 회장이 직접 나서 경영혁신을 주문한 것처럼 이 부회장이 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것. 최근 이 부회장이 삼성가의 상징인 '승지원'에서 금융계열사 사장단 행사를 주재한 것에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 이뤄지지 않는다 해도 이 회장의 경영참여가 당분간 불투명한 만큼 이번 연말인사에 이 부회장의 의견반영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각의 관측처럼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할 경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의 직급 변화도 눈여겨볼 포인트다.
실제로 기업분석 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는 6일 올 연말 재계인사 키워드로 '세대교체'를 제시하며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가 오너 2~4세의 경영권 강화에 초점을 맞춘 인사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들어 보여준 이 부회장의 적극적인 대외활동 역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 7월과 8월에 이어 지난달까지 올해에만 세 번에 걸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접견, 중국과 교류의 폭을 넓혔다.
아울러 지난 9월과 10월에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CEO를 만나 특허 분쟁 협의는 물론 삼성전자와 협력 강화 의지를 다지는 등 그룹의 얼굴을 자처하며 '스킨십 경영'에 박차를 가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의 연말 인사는 '뚜껑을 열어 봐야 안다'는 말이 보편화할 정도로 최종 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섣불리 향방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최근 이건희 회장이 건강악화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라는 악재까지 겹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그룹의 실질적 수장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비즈포커스 bizfocus@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