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오세희 기자]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시중은행들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 조사와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히면서 은행권이 긴장하고 있다. 지난 2012년 7월 은행들의 담합 정황을 포착했다며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지만, 지금껏 지지부진 해왔던 만큼 이번에야말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노 위원장은 20일 공정거래위원 국정감사에서 2012년부터 진행 중인 CD금리 담합의혹 조사상황을 묻는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증거를 많이 확보했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처리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는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아서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빨리 종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노 원장의 발언으로 은행권은 급격히 긴장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불거졌던 CD금리 담합 의혹은 공정위가 그해 7월 10개 증권사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면서 불거졌다. 공정위는 증권사를 시작으로 시중 및 지방은행으로 조사를 확대했다.
당시 조사가 은행으로 확대되면서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타깃이 은행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중 CD연동 대출이 절반 가까이에 육박하고 있어 은행들이 CD금리를 실제 금리보다 높게 유지해 부당하게 이익을 챙긴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된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 5월 말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455조8000억 원으로 이중 약 43%인 196조 원이 CD 연동대출이었다. CD금리가 1%포인트 등락하면 가계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이 연간 2조 원 안팎 규모로 증감하는 만큼 은행 수익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당시 은행권의 CD금리 담합 의혹이 불거지자 은행들에 대한 줄소송이 이어졌다. 이들은 "은행들이 정례모임, 비공식 회동, 실무자간 전화를 이용한 관행적 정보공유 등의 방법으로 CD 금리를 인상하거나 일정 수준에서 유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하며 피해 소송을 진행했다.
이후 금융소비자원은 CD금리 담합의혹 관련 집단소송을 접수했고,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원의 CD금리 담합의혹과 관련해 국민검사를 청구하는 등 은행권 내 파란이 일었다.
하지만 공정위의 조사가 오랜시간 지속되면서 일각에서는 CD금리 담합과 관련해 무난히 지나갈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공정위가 지난 2012년부터 지금까지 조사는 계속됐지만, 이렇다할 결과를 내놓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올해 8월에는 시중은행 여수신 금리 담합의혹과 관련한 추가 현장조사가 진행된 후 노 위원장이 증거를 확보했다고 발언하면서 은행권은 증거의 내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공정위는 2012년에 이어 지난 8월에도 은행들에 조사관을 파견, 서류 및 메신저, 메일 기록 등을 수집해 갔다. CD금리와 관련한 대화 내용 등이 공개될 경우 은행권 신뢰는 크게 하락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노 위원장의 '빠른 처리'를 예고했지만,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연내에 발표하려면 이미 심사보고서를 작성을 마쳤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연내 발표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다.
은행권에서는 업계 신뢰가 걸려있는 만큼 긴장감이 팽배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예대율 규제 탓에 CD 발행시장 자체가 위축돼 장기간 금리가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담합은 없었다"고 부인하면서 "공정위가 담합 관련 증거를 제시하면 추가 대출금리 부담을 떠안아 온 소비자들의 연쇄 소송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신중한 결론이 도출되길 바랄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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