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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전문가' 하영구 씨티 회장 'KB 접수 도전'…가능성은?

  • 경제 | 2014-10-07 10:04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영구 한국씨티은행 회장 겸 행장이 KB금융지주 회장 선출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업계에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평가하고 있다./더팩트DB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영구 한국씨티은행 회장 겸 행장이 KB금융지주 회장 선출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업계에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평가하고 있다./더팩트DB

[더팩트ㅣ박지혜 기자] 하영구 한국씨티은행 회장 겸 행장이 KB금융지주(이하 KB금융) 회장 선출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직 금융지주사 회장이 경쟁사 회장직에 도전하는 것은 국내 금융권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하 회장이 KB금융 화합을 위한 통합 리더십, 내부 출신 인사 선임 등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하 행장 씨티은행 '퇴직' 의미로 해석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영구 회장은 씨티은행 사내 메시지를 통해 직원들에게 "지난 2일 KB금융 회장 추천위원회로부터 제가 후보 9명에 포함됐다는 통지를 받았다"며 "향후 KB금융 회장 추천을 위한 평판조회 등 프로세스를 진행함에 있어 저를 포함하는 데 대한 본인 동의 요청을 받았다. 저는 이 요청에 동의하고 프로세스에 참여키로 했음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씨티은행의 상징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01년부터 한미은행 은행장으로 시작해 2004년 씨티그룹에 인수된 후 계속해서 씨티은행 은행장으로 14년간 재직하고 있다. 그는 국내 금융권 사상 최초로 은행장에만 5번을 연임했으며, 하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16년 3월까지다.

이 때문에 하 회장은 금융 분야의 전문성과 낙하산 논란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실제 하 회장은 2004년과 2007년 국민은행장 선출 당시에도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지난해에는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함께 후보로 올랐다. 하지만 하 회장은 당시 공식적으로 "KB금융 회장이 될 뜻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이번에는 하 회장이 KB금융 회장에 인선에 참여하겠다고 뜻을 밝힌 이상 씨티은행 회장에서 물러날 뜻을 굳힌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 회장이 정계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KB금융 회장 인선에 참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KB금융 회장 자리가 하 행장에게는 현직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 회장은 은행권 상반기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올해 상반기에만 3억8000만 원을 받아 금융권 CEO '연봉킹'을 차지했다.

반면 하 행장이 도전하는 KB금융지주 회장 은 하 회장 연봉의 4분의 1 수준이다. 임 전 회장의 올 상반기 보수액은 5억9400만 원이었다. 이 때문에 하 회장이 고액 보수를 포기하고 KB금융 회장으로 가는 것이 정계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로 사용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구조조정 전문 하 회장, KB노동조합 '극복 힘들 것'

7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7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타행 출신 외부 인사는 명백한 낙하산 인사로서 회장 후보에서 배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더팩트DB

하 회장의 쟁쟁한 경력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KB금융 수장이 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KB금융은 낙하산 인사, 행장과 회장의 갈등 등으로 분열을 화합으로 이끌 '통합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절실하다. 그러나 하 회장이 외부 인사인 탓도 있지만 씨티은행 노조와 구조조정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벌인 이력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 행장이 인선 초반에 탈락할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실제 씨티은행은 올해 2분기 중 74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총수익은 332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4% 감소했다. 이자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감소한 3180억 원이었으며, 대손충당금 및 기타 충당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38억 원 감소한 152억 원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하 회장이 '희망이 없는' 씨티은행보다 KB금융을 선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또 하 회장은 '구조조정 전문'이라고 불릴 만큼 노조와 큰 갈등을 겪어 왔다. 실제 씨티은행은 올해 수익성 악화로 전체 지점의 30%에 해당하는 56개의 점포를 폐쇄했고, 희망퇴직으로 전체 직원의 15%인 650명을 감축했다.

씨티은행 노조 측은 하 회장이 KB금융 회장 최종 후보에 오를 경우,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KB금융 노조는 "외부 인사 선임에는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며 "만약 외부인사가 회장 선임이 될 경우, 반대를 위한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 내부에서도 내부인사 중용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는 만큼, 내부 인사 선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면서 "하 행장은 노조와 관계, 은행 실적 악화와 같은 부담을 안고 있는 만큼, 회장 최종 후보까지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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