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오세희 기자] 장기화된 업황 부진과 경쟁 심화 등으로 증권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유독 대기업 계열 증권사들이 위기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현대, SK, 동부 등 올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증권사는 모두 대기업 계열사들로 알려져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대기업 증권사, 신용평가 전망 줄줄이 강등
지난달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신용등급이 하향 전망된 증권사는 현대·SK·동부증권 등으로 모두 대기업 계열사였다.
지난 7월 있었던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증권사 23개사(12월 결산법인)의 정기평가 결과 현대증권의 무보증 금융채 신용등급은 AA(안정적)에서 AA-(안정적)로 내려갔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와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증권에 대해 신용등급 A를 유지, 전망만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가 포함된 증권사 빅5 중 현대증권은 유일하게 등급 조정이 진행됐다.
지난 6월 한신평은 SK증권의 무보증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동부증권의 무보증회사채는 'A+(안정적)'에서 'A+(하향검토)'로 변경됐다.
한기평은 한화투자증권의 후순위채 신용등급에 대해선 A로 유지한 대신 등급전망은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 신용등급 하락, 기업 리스크?
이미 국내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은 예고돼 왔다. 업계 불황이 지속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계속되고 있고, 구조조정 진행에도 수익성 개선 속도가 시장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
한신평에 따르면 그 중에서도 대기업 계열 증권사는 금융지주계열의 경우 대부분 계열지원 형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과 달리, 지배구조와 계열 신용도 등이 계열 위험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대증권과 동부증권은 기업리스크가 신용평가에 큰 영향을 줬다. 동부증권의 경우 동부그룹 계열사의 회사채등급이 대거 강등되면서 함께 신용등급이 달라졌다. 동부그룹이 재무건전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동부CNI의 무보증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로 하향되고, 동부건설의 무보증회사채도 'BBB-'에서 'BB+'로 낮추고 기업어음(CP)은 'A3-(하향검토)'에서 'B+(하향검토)'로 조정되는 등 영향이 컸다.
현대증권도 마찬가지다.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신용등급에도 급격한 영향을 받았다.
한신평은 보고서를 통해 "기업계열의 경우 금융지주계열 대비 신용등급상 약점을 가지고 있다"며 이미 "이들을 중심으로 등급 하향조정이 시작됐으며 등급 조정 이후에도 주요 리스크 요인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기업 리스크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익성 역시 크게 떨어졌다. 현대증권은 2012년 (2012년 4월~2013년 3월) 2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2013년 4~12월)에는 당기순손실이 438억 원에 달했다. 올 상반기 회사채 주관사 실적에서는 2조7385억 원으로 지난해(11조9369억 원)과 비교해 무려 77%나 낮아졌다.
한화투자증권도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8억 원으로 흑자전환했지만, 2013회계연도 반기(9월 말) 19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SK증권 역시 2013회계연도 57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도 116억원 보다 손실액이 398% 늘었다. 당기순손실도 같은 기간 100억원에서 472억 원으로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 증권 계열사가 그룹 계열사의 지원을 낙관하고 있는 것도 수익 저하의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3월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모회사 KT의 계열사 지원 가능성이 약화됐듯이 그룹 지원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긴 어렵다. 계열사 지원에 기대는 것은 낙관할 수 있는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이런 가운데 그룹 계열사가 하락세를 보이면 기업계 증권사들은 신용등급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어 더 많은 증권사 신용등급이 조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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