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신진환 기자] 우유업계가 비상이다. 우유가 넘쳐나는데도 극도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로 우유 재고가 쌓여가고 있다. 최악의 공급 과잉사태가 우유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유를 내다버려야 하는 상황까지 직면했지만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 더욱 문제다.
22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분유재고(제품으로 만들고 남은 원유를 말려 보관)는 1만4896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2년 이후 12년만에 가장 많은 양이다.
반면 대형 마트의 경우 올 상반기 기준으로 전년대비 4~7% 유제품 매출이 줄어들었다. 어린이 우유시장은 매년 줄어들면서 올해는 35%가량 판매량이 급감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우유 시장은 불경기인데 날씨가 따뜻해 지면서 올해 3월, 우유 생산량은 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 결과 남양유업은 지난 2010년 이후 2012년까지 매년 10% 이상 성장률을 보이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1조2299억원으로 지난해(1조3650억 원)보다 9.9%나 줄어들었다. 올 해 1분기에도 적자다. 매출액은 4.3% 줄었고 1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일유업은 1분기 별도기준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916억원, 7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5.3% 감소했다.
우유생산량이 늘어났지만, 지난해 도입한 원유가격 연동제로 원유 생산량 변동에 따른 가격 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수익성이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체들은 우유 소비증진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소비를 촉진하는 '1+1'행사나 우유와 발효유 등의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모양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유 소비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형 마트에서도 NB(제조업체 상품)우유보다 상대적으로 값이 싼 PB(자체상품)우유를 선호하면서 공급량을 늘리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우유는 성질상 유통기한이 짧다. 유통기한 내에 우유를 다 팔지 못할 것 같으면 업체들은 원유를 말려 분유 형태로 저장한다. 이 경우 신선도와 가공의 차이로 제값을 받기 어렵다.
분유 재고가 갈수록 쌓이다보니 자체 보관할 수 있는 저장시설은 물론 임대한 창고까지 재고 물량이 넘쳐나고 있다. 때문에 보관비용이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재고를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까지 내몰리게 된 이유는 우유가격을 책정하는 기준인 원유가격 연동제 때문이다. 낙농가 측은 농가 손해를 우려해 우유 생산비를 최대치로 책정하고 가공업체는 소비가 줄어 재고가 넘쳐나고 지난해 우윳값을 인상 때문에 최소치로 책정하다보니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유업계의 사태가 악화되자 정부도 누적연동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누적연동제는 증감율이 ±4%이상 발생할 때만 가격 조정협상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올해 시장상황을 고려해 원유가격을 동결했다. 가격을 낮춰 소비 촉진을 유도해야할 상황에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 그나마 일부 재고 관리에 숨통을 트이게 해주었던 중국 수출길마저 막히면서 우유업계의 한숨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한 우유업계 관계자는 "우유가 남아돌아 가격인상을 하기 어려울 때에는 유업체가 원유가격 인상분을 다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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