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올해 초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삼성물산의 윤리경영이 도마에 올랐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대형 공사 담합을 주도하다가 당국에 적발되면 이를 먼저 자진신고해 자신만 처벌을 면하는 게 삼성물산 윤리경영의 실체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4대강 담합공사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대규모 국책사업에서 수조 원 규모의 입찰담합 사건이 또다시 수면에 오른 가운데 담합을 주도, 800억 원대의 과징금 폭탄을 맞은 삼성물산이 자진신고(리니언시)로 과징금은 물론 검찰고발까지 고스란히 면제받은 것.
27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28개 건설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435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건설사 법인과 주요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4355억 원의 과징금은 역대 건설업계 담합사건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로, 전체 사건을 합쳐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 담합행위를 주도한 것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SK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 이른바 '빅7'로 불리는 국내 대형 건설사다. 이들 업체는 지난 2009년 6월 호남고속철도 노반 시설공사 13개 공구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전체 공구를 나눠 낙찰받기로 계획했다.
건설사별 과징금 규모를 살펴보면 개별 건설사 28개 곳 가운데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곳은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835억 원으로 개별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았고, 대림산업 646억 원, 현대건설 597억 원, SK건설과 동부건설이 각각 247억 원, 220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이번 입찰담합과 관련해 지난 4월 1순위로 담합사실을 자진신고해 과징금은 물론 검찰고발 대상에서 제외되게 됐다. 현행법상 담합을 자진 신고한 기업에 대해서는 처음 신고한 업체의 경우 과징금 100%, 2순위 신고자는 50%가 면제된다.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활용한 삼성물산의 과징금 면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공정위는 경인운하 '아라뱃길' 사업에서 입찰 비리를 적발 삼성물산을 비롯한 11개 건설사에 모두 99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삼성물산에 부과된 과징금은 84억9300만 원으로 대우건설(164억4500만 원), SK건설(149억5000만 원), 현대건설(133억9400만 원)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규모였지만, 이때도 삼성물산은 담합사실을 자진신고해 과징금을 피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삼성물산의 윤리경영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초 삼성물산의 새 수장을 맡은 최치훈 사장은 윤리·준법경영을 강조했다.
최 사장은 "삼성물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모든 임직원이 안전 준수 및 윤리·준법경영과 같은 기본에 충실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올해 공정위로부터 적발된 삼성물산의 불공정행위 및 과징금 규모를 살펴보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삼성물산은 지난 1월 인천지하철 2호선 사업에서 59억4500만 원, 지난 3월 대구지하철 3호선 사업, 4월 경인운하사업에서 각각 55억5900만 원과 84억9300만 원 등 모두 199억 97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여기에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과징금 835억 원까지 더할 경우 삼성물산의 올해 과징금 규모는 1000억 원을 넘어선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반복되는 건설사 담합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자진신고 제도를 활용한 과징금 면제 혜택을 축소해야 한다"며 "반복적으로 적발된 업체에 대해서는 형식적인 과징금 부과보다 입찰 참여 제한 등의 강도 높은 제재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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