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경제팀] 대형 국책사업인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에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담합에 연루된 사실이 적발됐다. 국민이 낸 혈세로 진행되는 대형 국책사업에서 건설사들이 주인 없는 쌈짓돈 챙겨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짬짜미 관행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사비만 8조3529억 원에 달하는 대형 국책사업인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에서 28개 건설사들이 3조5980억 원을 담합했다. 지난 2010년 4월 공급가격 담합으로 6개 LPG(액화석유가스) 업체에 부과된 6690억 원의 과징금 이후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적발된 곳은 경남기업·금호산업·남광토건·대림산업·대우건설·동부건설·두산건설·롯데건설·삼부토건·삼성물산·삼성중공업·삼환기업·쌍용건설·SK건설·GS건설·KCC건설·코오롱글로벌·한라건설·한진중공업·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계룡건설산업·고려개발·극동건설·두산중공업·한신공영·포스코건설·풍림산업 등 28개 사다.
입찰담합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담합에 가담한 28개 건설사에 부과된 과징금만 4355억 원에 달했다. 건설담합 사건으로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다. 올해 1월 인천도시철도 2호선 턴키공사 입찰담합에 참여한 건설사들에 부과된 1323억 원의 이전 최고 과징금에 비해 무려 3000억 원이 더 많다.
공정위는 이 중 금호산업·동부건설·두산건설·대림산업·대우건설·롯데건설·삼성물산·삼환기업·쌍용건설·SK건설·GS건설·KCC건설·한진중공업·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 등 15개 건설사 법인과 공구분할을 주도한 계룡건설산업·고려개발·극동건설·두산중공업·한신공영·포스코건설·풍림산업 등 7개 업체에 대해서는 담당임원(7명) 등을 검찰 고발키로 결정했다.
이번 과징금을 포함하면 2010년 이후 건설업계에 부과된 누적 과징금은 9453억 원으로 1조 원에 육박하게 된다.
입찰과정에서 담합에 나선 건설사들은 치밀했다. 발주처인 철도시설공단은 최저가낙찰제 방식으로 13개 공구, 대안·턴키 방식으로 6개 공구 등 모두 19개 공구로 나눠 공사를 발주했다.
대림산업·대우건설·삼성물산·SK건설·GS건설·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 등 소위 ‘빅7’ 건설사 임원들은 2009년 7월 1차 입찰공고가 나오기 직전인 6월에 모여 13개 전체 공구를 분할해 낙찰 받기로 모의했다.
'빅7'을 포함한 21개 건설사는 13개 공구를 A·B·C 3개 그룹으로 나누고 각 그룹에 배정될 공구수를 정하고, 추첨까지 거쳐 각 공구별로 낙찰될 건설사를 사전에 정했다. 낙찰 예정자로 정해진 곳 이외의 건설사들은 들러리로 나서 정상적인 입찰인 것처럼 위장했다.
공정위는 “통상 최저가낙찰제 입찰에서는 입찰에 참여하는 일부가 담합에 가담하는데 이번 건은 입찰 참가자 모두가 담합에 가담함으로써 낙찰가격을 높였다”면서 “공정위는 공정한 경쟁질서를 저해하고, 국가 재정에 피해를 주는 공공 입찰담합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감시를 강화하고 담합이 적발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제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즈포커스 bizfocu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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