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형식 얽매이기보다 대화 기회 늘려 나가야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 회동이 결국 성과 없이 끝났다. 의정 갈등과 김건희 여사의 의혹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기에 성과가 나오는 게 이상하다. 지난 7월 한동훈 지도부 체제가 출범한 이후 두 달 만에 열린 윤 대통령 초청 만찬에서 답답한 정국의 돌파구가 마련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일단 의정 갈등 해법에 대한 인식차가 분명하다.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중재자를 자임한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정원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만찬 회동 당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의사 증원과 함께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든 걱정하지 않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모든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대통령실은 이번 만찬의 성격을 여당 신임 지도부와 상견례로 규정한 만큼 깊이 있게 대화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만찬 전부터 한 대표가 공개적으로 독대를 요청하고, 대통령실은 사실상 거부했다.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됐다. 결국 실제로도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는 이뤄지지 않았고, 당정 갈등만 부각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친한계는 한 대표가 흔한 인사말도 못 했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친윤계는 한 대표가 발언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당정 간 화합과 친목을 도모한 이후 오히려 잡음이 더 커진 듯한 모습이다. 황당하게도 역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과 여당의 지지율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실속이 없는 만찬 회동이라니.
현재의 시국은 꽉 막혀 있다. 국민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참석자 누구라도 하고 싶은 말도, 해야 할 말도 많지 않았을까. 아무리 상견례 자리라고 하더라도 윤 대통령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는 게 무리일까. 주로 윤 대통령의 체코 방문 성과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솔직히, 민생과 체코 원전 중 국민의 관심도가 어느 쪽이 더 클지는 자명한 일이다.
독대를 두고 뒷말이 많다. 대화하고 소통하는 게 목적이라면 형식에 얽매일 필요가 있을까 싶다. 소통 행보에 들러리는 없기 때문이다. 당장 해결하는 게 어려운 현안이더라도 접점을 찾아가고, 이견이 없는 정책이나 현안은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를 내는 것이 정치다. 당정이 독대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은 정말 낯부끄러운 단면이다.
현 정국에서 집권당의 내분만 보인다. 그러는 사이 야당은 대통령실과 여당을 정조준하며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논평에서 허무하게 끝난 '빈껍데기 만찬'이라고 혹평했다. "윤 대통령은 언제까지 우리 국민의 고통은 외면한 채 한 대표와 주도권 싸움을 할 셈인지 답하시라. 이것이 국정을 책임지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자세인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부끄러운 줄 아시라."
만찬 다음 날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중요한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차 독대를 요청한 것인데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난국을 풀어야 하는 당정이 소통의 형식을 풀지 못하는 상황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당정 갈등이 이어진다면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불만만 키울 뿐이다. 소통을 가로막는 높은 벽을 낮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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