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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계 이광희 문화 엿보기] 충남대-한밭대 통합, 시민들 무관심 속에 물살 타고 있다

  • 칼럼 | 2024-07-31 17:27

대전, 2개의 국립대에서 1개로 전락…미래세대 불이익 볼 수도

이진숙 충남대학교 총장(왼쪽)과 오용준 한밭대학교 총장(오른쪽).
이진숙 충남대학교 총장(왼쪽)과 오용준 한밭대학교 총장(오른쪽).

[더팩트 | 이광희 기자] 충남대와 한밭대가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전시민들은 무관심하다. 대학들이 통합을 하든 말든 알아서 할 일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 대학은 사활을 걸고 있다.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학생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이대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그래서 국립대끼리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생적으로 형성된 게 아니다. 불을 지핀 것은 교육부다.

교육부는 2026년까지 지방대 30개 곳을 골라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수준의 지방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선정된 대학에는 매년 200억 원씩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키로 했다. 국립대가 통합하면 1500억 원까지 지원한다고 했다. 이게 '글로컬 프로젝트'다. 글로컬은 글로벌과 로컬의 합성어다.

군침이 돌 만하다. 이러다 보니 지역 국립대들이 서로 통합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지난해 이미 10개 대학이 선정됐다. 20개 대학은 예비지정이 된 상태다.

이들 두 대학은 통합을 전제로 예비지정됐다. 통합이 되면 지정될 수 있으나 통합이 안 되면 지정이 어렵다. 이런 연유로 두 대학은 눈을 부라리고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갈 길도 멀다. 혁신계획서에 이행목표와 방안,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결과도 포함해야 한다. 다른 것은 그렇다고 하자. 구성원 간 의견 수렴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다. 충남대는 교수 50%, 직원·조교 30%, 학생 20%의 가중치를 부여했다. 한밭대는 가중치 없이 1인 1표로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불만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양 대학이 통합으로 가는 방식도 다르다.

한밭대는 먼저 학교명을 제3의 교명으로 제정키로 했다. 충남대나 한밭대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제3의 교명으로 사용한다는 입장이다. 세부적으로는 유사 학과를 통폐합하고 글로컬 사업비를 충남대와 균등 배분한다는 계획이다. 또 조교나 직원의 고용을 승계한다고 했다.

충남대도 나름의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와 유사하거나 한밭대보다 우위를 점하려 할 것이다. 이러다 보니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다른 견해도 있다. 통합 반대 입장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를 피력하는 사람은 강용식 전 한밭대 총장이다. 이들 대학에 애착이 남다르기에 그렇다.

그는 누가 뭐래도 대전 지역 교육계 원로다. 올해로 90세다. 충남대 총학생회장을 하고 총동문회장을 8년간 역임했다. 한밭대에서는 교수와 초대 총장을 역임했다.

그는 한마디로 통합은 안 된다는 생각이다. 대학의 구성원인 동문과 학생들이 이를 원치 않기에 그렇다고 했다.

또 다른 이유는 두 대학이 너무 오랜 기간 각자의 정체성을 지녔다는 점이다.

충남대는 벌써 72주년을 맞고 있다. 지역 거점 대학으로 자리를 확고하게 굳히고 있다. 한밭대는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세계혁신대학평가 60위를 기록한 저력 있는 대학이다. 산학 협력을 통해 졸업생이 취직 잘 되는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마당에 이들 두 대학이 통합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전에 국립대학이 1개로 줄어든다는 이유도 있다. 현재는 충남대와 한밭대가 국립대로 학생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통합하면 대전에 국립대는 1개가 된다.

다른 시·도에 보통 3~4개의 국립대가 있다는 점으로 볼 때 미래 학생들이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강 전 총장이 이런 점을 들어 반대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강 전 총장은 이와 관련해 "두 대학이 각각 글로컬 대학에 신청해도 될 정도의 역사와 규모 그리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현 대학 집행부의 욕심이다"며 "두 대학이 각각 발전해 나가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하여튼 충남대와 한밭대의 통합문제는 지역에서 뜨거운 감자다. 동문들은 목소리를 높이며 반대하고 있다. 학생들도 찬성하지 않는다. 다만 교수들과 교직원들은 절반 정도가 찬성하고 있다. 그들도 자신들의 밥그릇이 달린 문제라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내린 결론이라 존중해야 한다.

다만 시민들은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어느 쪽으로 가는 게 지역 발전에 기여할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이진숙 충남대학교 총장(왼쪽)과 오용준 한밭대학교 총장(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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