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판 한 두 개만 있어도 될 듯한데 다섯 개 부착
[더팩트│성강현 기자]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다. 모든 직업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고, 직업만으로 사람의 귀하고 천함을 논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다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직업에는 귀천이 있다’고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직업에 따라 서열을 구분 짓고 차별을 자행하는 행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직업뿐 아니라 집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과 지방에 따라, 서울에도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남, 강북에 따라, 강남에도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시선이 확확 달라진다. 여기에 자가 여부까지 알게 되면 보이지 않는 ‘등급’이 매겨지는 게 불편한 현실이다.
임대아파트나 임대주택에 대한 ‘공공임대=저소득층’이란 편견도 예전에 비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공공임대의 주 입주대상이 저소득층뿐 아니라 청년·신혼부부 등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공공임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의 개선은 갈 길이 멀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 빌라 외벽에는 ‘외부차량 주차금지’ 표지판이 부착돼 있다. 문제는 이 문구 바로 밑에 ‘LH매입임대 서울남부권 주거행복지원센터’가 표기돼 있다는 것이다. 매입임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기관이 민간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는 주택을 의미한다.
인근 주민들은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대부분이 LH매입임대 빌라인지를 이 표지판 때문에 알게 됐다고 한다. 한 주민은 주홍글씨 낙인 같다고 고개를 연신 내저었다. 해당 빌라 거주자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다.
더욱이 표지판이 한 두 개만 있어도 될 듯한데 다섯 개를 부착해 두었다. 마치 외부차량 주치금지보다는 이 빌라는 ‘LH매입임대’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하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LH 관계자는 "서울 남부권 주거행복지원센터에 확인해보니 불법주차로 몸살을 앓았고, 매입임대의 관리 주체로 해당 문구를 불가피하게 넣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매입임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진한 아쉬움을 토해냈다.
동의한다.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이웃으로 편견 없이 품어야 한다. 다만 불편함이 남는다. 주민들의 지적대로 굳이 친절하게 매입임대라고 대놓고 공개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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