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은 '탈당·사퇴' 사분오열…李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
21대 총선 '180석 대승' 민주당…22대 총선에 드리운 패색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공천 갈등이 심각하다. 민주당의 현재 상태는 '친명횡재 비명횡사'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탈당도 잇따르고 있다. 통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지만 이재명 대표는 수습할 생각 자체가 없어 보인다. 개인의 자유라고 한다.
공전 갈등 폭발과 함께 민주당에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 냉정하게 말해 민주당의 패배는 불가피하고 이 대표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민주당과 이 대표가 패배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있을 뿐이다.
대체로 선거 승리의 기준은 직전 선거 결과인데 4년 전을 돌이켜보자.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위성정당까지 포함해 국회 의석 300석 중 180석을 차지했다. 4년 전 압도적 승리를 오는 4월 10일 22대 총선에서 재현하긴 불가능에 가깝다. 정치권 안팎으로 민주당의 과반 전망은 사실상 전무하다. '졌지만 쌀 싸웠다'는 정신 승리도 어려울 수 있다. 패배 원인으로 공천 문제가 지목될 게 뻔하다.
민주당은 어쩌다 이렇게 분열했을까. 대체로 이 대표가 친명체제를 공고히 하려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당의 분열은 이 대표가 2022년 7월 17일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예상됐던 건 아니었을까. 당시 이 의원은 '이기는 민주당! 이재명은 합니다!'를 기치로 전당대회에 출마, 77.77% 득표율로 제6대 당대표에 당선됐다. 그는 22대 총선 승리를 위해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계파정치로 성장하지 않은 저 이재명은 계파정치를 배격하고 '통합정치'를 하겠습니다. 선거마다 유령처럼 떠도는 '계파공천' '사천' '공천 학살'이란 단어는 사라질 것입니다"라고 약속했다. 지금과는 참 거리가 먼 이야기가 된 것 같지만.
이 대표의 말처럼 됐다면 현재의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은 없지 않았을까. 그가 주창한 '통합' 유통기한이 전당대회로 끝났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 이 대표는 공천 결과 반발해 당을 떠나는 이들을 향해서도 '갈 테면 가라' 태도를 보였다.
그는 28일 공천 논란과 관련해 "당의 판단과 개인의 판단도 다르다"며 "최근에 탈당하는 분들이 한두 분 계신 것 같은데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라며 무척 쿨(Cool)한 모습이다. 당은 사분오열인데 이 대표는 떠나는 사람이 문제라고 본 것이다. 어차피 총선에서 패할 텐데 우리라도 살자는 모습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선거를 앞둔 제1야당 대표의 너무나 의연한 모습이 무척 신선(?)하다. 하기야 민주당 모 최고위원이 "이재명은 민주당의 시대정신이고 상징"이라고 말하는걸 보니 이 대표 태도가 이해되기도 한다.
'통합'을 통한 갈등 봉합이 불가능 수준에 이르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불출마 또는 2선 후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이미 늦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1월 말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와의 저녁 자리에서 필자는 '이 대표의 불출마와 2선 후퇴가 필요하다는 말이 많다'는 의견을 전하며 생각이 어떤지 에둘러 물은 바 있다. 그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지만, 이 대표에게 의견을 전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누군가는 지금 민주당 분열의 시작을 이 대표가 대선 패배 후 재보궐과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부터라고 말한다. 이 대표는 왜 이렇게까지 잡음을 만들며 사람들을 떠나보내는지 생각해 봤다. 사법리스크에 따른 불안감이 첫 번째일 것이고 두 번째는 정당의 대표로 생각이 다른 사람을 포용하는 그릇이 작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필자가 과거에 본 이 대표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자기 보신을 위한 정치에 빠져버린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하다.
총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느 때보다 단합이 필요하지만 이 대표와 민주당에 불만을 가진 이들의 연쇄 이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어차피 직전 선거와 같은 결과지를 받을 수 없게 된 이 대표의 이번 선거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이 대표의 민주당내 친명체제 공고화가 목표라면 결과에 따라 아무 의미를 찾지 못할 수 있다. 또 결과에 따라 이 대표 주변에 친명을 자부했던 이들이 남아있을지도 의문이다. 아마 그때가 되면 이 대표는 '정치는 생물'이라는 속성을 간과했다고 뒤늦게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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