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영장청구...민주당, 대여공세와 대야 동조압력 거세져
"불체포특권 내려놓아야...의원 수 놀음이 의회정치 본질 아니다"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두 사건을 묶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16일 청구했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앞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영장 청구 가능성이 짙어지기 시작한 지난 12일 ‘대장동 개발 50억 클럽 특검(특별검사)’과 ‘김건희 특검’을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 영장 청구에 대비해 선수를 쳤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이재명 대표의 영장 청구 후 이들 쌍(雙)특검에 대한 대여 공세와 대야 동조및 회유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이 이재명 대표의 영장을 청구한 직후 "당 지도부와 상의해서 향후 당과 국회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조속히 입장을 정리해보겠다"고 밝혔다. 발등에 불을 떨어진 셈이다. 가장 시급하게 논의해야 할 사안은 체포동의안 처리 여부다.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은 ‘부결’로 정해져 있지만 소속당 의원들의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원만한 부결'로 모아갈까에 달려있는 듯하다.
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체포동의안 표결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면 가결된다. 169석인 민주당이 사실상 체포동의안 가결 여부를 이미 결정하게 되어 있는 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정상 표결시기는 28일 쯤으로 전망된다. 단일대오를 원하는 당 지도부로서는 무난한 ‘부결’을 원하지만 당내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아 마음에 걸리는 모양새다. 찬성표가 제법 나올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결' 당론 채택도 찜찜하다. 조응천 의원 등은 체포동의안 부결 당론 채택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당론으로 정해 표 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야권 전체를 놓고 보면 압도적 다수이긴 하나 소수인 정의당 등의 움직임이 민주당과는 결이 상당히 다른 대목도 적지 않게 불편한 대목이다. 정의당이 주장한 곽상도 전의원 촉발 ‘50억 클럽’ 특검 만해도 그렇다. ‘50억 클럽’ 특검은 민주당의 '대장동 개발 50억 클럽 특검‘과 언뜻 보기에 비슷하나 내용은 상당히 다르다. 게다가 민주당이 그렇게 하고 싶어하는 ’김건희 특검‘에 대해서도 정의당이 "지금은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젊잖게 신중론을 제기한다, 흡사 여권의 큰 형 민주당을 훈계하는 듯 하는 느낌마저 준다.
여기에 한 술 더 뜬다. 정의당은 지난 13일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찬성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4일 한 방송에서 "이 대표가 ‘나는 실질심사에 당당히 임하겠다’고 하는 것이 민주당을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좋은 일일 것"이라며 "불체포특권에 대한 의원 특권을 내려놓자는 게 정의당 당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불체포 특권 폐지는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공약이기도 했다"며 이 대표 책임론도 제기한다. 앞서 정의당은 민주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에 소속 의원 6명이 모두 찬성했다
정의당은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을 꺼내든 것에도 강도높게 비판한다.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민주당 태세 전환을 보면 기가 찬다"며 "2019년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 당시 대부분 의혹에 근거 없는 것으로 해명됐고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이 윤석열 당시 후보자에 대해) 문제 없는 후보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자기 편 일땐 ‘방탄’이고 다른 편 일땐 결혼전까지 탈탈 털고 있다는 논리다. 정의당은 궁극적으로 민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을 정쟁으로 바라보고 있어 당장 추진에 부정적이다.
‘조국 트라우마’도 ‘김건희 특검’에 거리를 두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 하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민주당과 함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가 ‘정치적 역풍’을 제대로 받았다. 아울러 ‘김건희 특검’과 관련해 법사위의 캐스팅보트를 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을 밀어붙이는건 이재명 대표의 이슈를 덮기 위해서라며 반대한다. 조 의원은 "의혹이 있으면 의혹을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대통령 임기 시작 9개월인데 이 상황에서 특검을 시작한다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현재 법사위원은 총 18명으로 민주당 소속 10명, 국민의힘 소속 7명, 그리고 조 의원 1명이다. 재적위원의 5분의 3인 11명 이상이 패스트트랙에 동의해야만 한다. 정의당의 경우는 6석인 의석 수가 소신 유지의 버팀목이다.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면 재적의원 5분의 3인 18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 169명, 야권 성향 무소속 5명, 기본소득당 1명을 합쳐도 역시 통과 요건에 못 미친다.
"브루투스, 너마저(Et tu, Brute)?" 민주당은 답답할 따름이다. 정치권에서는 소수 야당과 한 의원의 의미있는 소신 행보라는 의견이 많다. 이게 책임 정당 및 정치인의의 모습이라고 본다. 의회정치라도 의원 수가 능사는 아니다. ‘김건희 특검’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거나 반대의 뜻은 소신 행보로 보인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눈치보기’나 거대야당인 민주당의 ‘맞불용’ ‘방탄용’에 줏대없이 장단을 맞추지 않겠다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재명 대표는 결백하다면 공약대로 특권을 버리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면 된다.
국회의원은 특권 계급이 아니다. 그래서 체포동의안에 찬성하겠다는 입장도 지극히 상식적이다. 또 ‘김건희 특검’을 원하면 패스트트랙에 태울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국회 절차를 밟으면 된다. 여기서 굳이 정의당 편이나 조 의원 편을 들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을 저버린 정당이나 정치인의 기회주의적 태도의 결말은 뻔하다. 국민을 위해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국민의 신뢰가 높아지고 존재감을 살아날 것이다. 지금 정의당의 행보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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