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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정사신] '녹취록' 난무, '정치 관음증' 대선

  • 칼럼 | 2022-01-25 00:00

여야, 정책보다 네거티브 공방 집중…승자 독식 정치 탓

대선 정국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왼쪽) 씨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녹취록 공개로 뜨겁다. 여야는 정책 선거보다는 상대방 녹취록을 놓고 연일 네거티브 설전을 벌이고 있다. 정책은 뒷전인 양상이다./남윤호 기자·국회사진취재단
대선 정국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왼쪽) 씨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녹취록 공개로 뜨겁다. 여야는 정책 선거보다는 상대방 녹취록을 놓고 연일 네거티브 설전을 벌이고 있다. 정책은 뒷전인 양상이다./남윤호 기자·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바야흐로 녹취록 정국이다. 여야 유력 대선 후보 당사자와 부인의 통화 녹음이 대선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언론과 유튜브를 통해 일부가 공개되고, 또 이 내용인 다시 언론과 정가로 옮겨가면서 확산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는 지난해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기자와 6개월 간 통화를 했다. 기자는 김 씨와 통화를 녹음했는데, 알려진 바로는 총 7시간 45분 분량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친형 부부와 통화 녹음이 공개됐다. 총 34내 파일에 시간은 약 160분이다.

여야는 두 녹취록 내용을 두고 설전 중이다. 개인적으로 김 씨와 이 후보 녹취 성격을 보자면, 지극히 사적이다. 다만, 두 사람이 공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녹취를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만들어졌고, 그렇게 일부가 공개되고 있다. 두 녹취가 후보를 선택하는 데 누군가에게는 판단 기준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사적 내용이라고 해도 두 사람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도 두 녹취록을 국민이 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김 씨가 유튜브 채널 기자와 나눈 대화 중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도 분명히 있다. 이 역시 녹취록이 공개됐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이 후보의 녹취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와 가족 간 나눈 사적 대화다. 가족의 내밀한 상황을 제3자가 무슨 권리로 알아야하는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그가 고인이 된 친형 그리고 형수와 대화 중 욕설을 주고받은 내용만으로 인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다.

따라서 대선 국면에서 두 녹취록은 여야의 네거티브를 위한 정치적 수단에 불과해 보인다. 물론 양강 구도를 형성한 두 후보나 각 정당에는 매우 중요할 수도 있다. 선거 국면이기에 어느 정도는 이해된다. 대통령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와 결이 다르다. 각 정당이 정치적 사활을 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선은 승리가 목적이고 목표일 수밖에 없다. 현재 제기되는 의혹들도 사실 따지고 보면 상대를 깎아내리는 정도일 뿐 진실을 밝히기는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그동안 선거에서 숱하게 보았던 장면들이다.

지난 2020년 7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원 축하 연설을 하던 당시. /더팩트 DB
지난 2020년 7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원 축하 연설을 하던 당시. /더팩트 DB

이렇다 보니 정책 승부나 페어플레이를 언급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후보나 윤 후보나 하루가 멀다고 SNS를 통해 각각 '소확행 공약' '심쿵공약'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 공약 내용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관심을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앞서 거론한 녹취록 등이 원인이다.

여야 모두 정책 선거를 이야기하면서도 서로의 녹취록을 부각하는 데 열을 올린 결과다. 왜 네거티브만 하냐고 서로를 비판하기도 민망한 상황이다. 여야 모두 '정치 관음증'에 빠져 국민의 귀만 피곤하게 하는 격이다.

성호(星湖) 이익은 조선의 정치에 대해 '붕당은 투쟁에서 나오고, 투쟁은 이해(利害)에서 나오며, 그 본질은 '밥그릇 싸움'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이익은 조선의 붕당정치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상대방을 흠집 내고 몰아내야 하는 정치로 본 것이다. 붕당 정치의 '밥그릇 싸움'이나 현재의 '승자 독식' 정치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녹취록 대선, 정치 관음증도 결국은 '승자 독식' 정당 정치가 본질에서 비롯했다. 대선이 이제 약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는 이제라도 타 후보의 사적 활동을 몰래 엿보는 '정치 관음증' 조장은 멈추고 국민의 삶을 위한 정책 선거에 집중하길 바란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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