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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오타니의 행선지와 메이저리그 투타 겸업

  • 스포츠 | 2017-11-08 04:00
오타니 쇼헤이 / 게티이미지코리아
오타니 쇼헤이 / 게티이미지코리아

[더팩트 | 최정식기자] 일본프로야구 닛폿햄의 오타니 쇼헤이(23)가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본인의 입으로 처음 밝혔다고 7일 닛칸스포츠 등 일본 언론이 전했다. 오타니는 이날 지바현 가야가마시의 2군 훈련장에서 훈련 후 기자들에게 CAA스포츠의 네즈 발레로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에이전트를 맡는다고 확인했다. 오타니는 닛폰햄과 지난해 12월 재계약하면서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이적하는데 대해 동의를 받았다.

일본야구기구는 지난 5월부터 포스팅시스템 협정 개정을 위해 협상하고 있다. 원래 포스팅시스템 신청은 11월 1일부터지만 올해의 경우는 새 협정이 체결된 뒤로 미뤄지고 있다. 기존 제도에서는 구단이 선수를 양도하는 대가로 최대 2000만달러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연봉과 인센티브, 계약 보너스 등을 포함한 총액의 15% 등 선수 계약 총액에 따라 구단에 지급하는 액수가 달라지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오타니의 이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7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공식 라디오채널이 공식 트위터에 오프시즌 주목할 만한 선수들의 이적에 대한 MLB 유력 기자들의 예상을 올렸다. 주목할 선수 가운데는 오타니도 포함됐는데 15명 가운데 11명이 뉴욕 양키스로 가게될 것을 예상했고, LA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각각 1명, 2명은 일본 잔류를 내다봤다.

양키스행 예상은 자금력과 팀의 필요성, 포스팅시스템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나온 것이지만 다른 면에서도 눈길을 끈다. 오타니의 투타 겸업과 관련성이다.

오타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메이저리그 직행 의사를 밝히고 일본 프로구단들에 자신을 지명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 그를 닛폰햄과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이 설득했다. 오타니를 움직인 것은 투타 겸업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이후 5년 동안 투타를 겸업하면서 2015년 투수로 다승(15승)과 평균자책점(2.24), 승률(0.750) 타이틀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22홈런을 날리며 사상 처음으로 투수와 지명타자로 베스트 나인에 선정됐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해도 투타 겸업을 계속할 뜻을 갖고 있다.

양키스가 속한 아메리칸리그는 지명타자가 있다. 그리고 양키스는 마이클 피네다의 수술, CC 사바시아와 맷 홀리데이의 FA 등으로 선발투수와 지명타자 모두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다. 즉, 오타니가 투타 겸업을 할 만한 조건을 갖춘 팀이다. 게다가 이전에 오타니를 염두에 두고 6명의 선발 로테이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적도 있는 구단이다. 6인 선발 체제가 되면 투타 겸업에 큰 도움이 된다.

오타니가 LA 다저스 같은 내셔널리그 팀에 가게 되면 상대적으로 투타 겸업이 어렵다. 수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타니 자신은 물론 팀으로서도 부담을 안게 된다. 어쩔 수 없이 투수 쪽을 선택하고 자신이 등판하는 경기에서나 타격 실력을 발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아메리칸리그 팀으로 가게 된다고 하더라도 정말 투타 겸업이 가능할까?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홈런왕으로 투수 출신인 오 사다하루는 오타니의 투타 겸업에 대해 긍정적이다. 선수 자신이 '이도류'를 원한다면 그만큼 더 의지를 다지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 실제로 투타 겸업을 경험한 브룩스 키슈닉은 오타니에 대해 "본인이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투수와 타자를 모두 하게 되면 자신의 타구에 맞아 발목이나 발이 골절되는 등의 부상 위험이 있다.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에게는 무리한 일이다"라고 부정적으로 봤다. 오타니처럼 시속 100마일이 넘는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를 구단이 부상의 우려를 안고 타자로 쓰기는 쉽지 않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오타니의 투타 겸업은 관심을 끌고 있다. 투타 양쪽에서 활약하는 선수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도 많다. 그러나 거액을 들여 선수를 영입한 구단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오타니 자신으로서도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위해서는 피칭에 전념하는 쪽이 낫다. 하지만 오타니의 의지가 워낙 강하다. 그가 어느 팀으로 가게될지와 함께 메이저리그에서도 투타 겸업이 계속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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