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정식기자] 올시즌 이전까지 국내프로야구에서 한 시즌 선발 20승 이상을 거둔 투수는 일곱 명(여덟 번)이었다. 이 가운데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투수는 지난해 두산의 더스틴 니퍼트뿐이다.
1983년 장명부(삼미)는 선발 28승을 포함해 30승을 올렸지만 팀이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1985년 김시진과 김일융, 두 명의 20승 투수를 배출한 삼성은 전,후기 리그를 석권하며 우승해 한국시리즈가 없었다.
1987년 김시진은 두 번째로 20승 투수가 돼 해태와 한국시리즈에 나섰으나 1차전과 마지막 4차전에서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 1995년 이상훈(LG)은 정규시즌 228.1이닝을 던진 후유증으로 롯데와 플레이오프에서 10.38의 처참한 평균자책점을 남겼고, 팀도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그의 정규시즌 평균자책점은 2.01이었다.
2007년 다니엘 리오스(두산)는 SK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완봉승을 거뒀으나 4차전 김광현과 맞대결에서 패했고 팀도 준우승에 그쳤다. 2014년 앤디 밴 헤켄(넥센)은 삼성과 한국시리즈 1,4차전에 등판해 13이닝 3실점으로 팀의 2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넥센은 그가 등판하지 않은 경기에서 모두 졌다. 2016년 니퍼트만이 NC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8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했고 팀도 4연승으로 우승했다.
올해 선발 20승 투수 두 명이 나왔다. KIA의 양현종과 헥터 노에시다. 양현종에게는 특별한 시즌이다. 지난해 말 FA가 된 그는 KIA와 1년 계약을 했다. 대형 FA로는 이례적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해외에 진출하기 전에)KIA 유니폼을 입고 우승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다. 최형우를 영입했고, 김선빈과 안치홍이 가세한 전력이 우승을 노려 볼 만 했다. 결과적으로 KIA는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며 우승에 바짝 다가섰다.
양현종은 26일 광주에서 열린 2017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막강한 두산 타선을 9회까지 4피안타 무실점으로 막는 완벽한 피칭을 하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시리즈 사상 첫 1-0 완봉승을 거둔 투수가 됐다. 전날 1차전에서 또 한 명의 20승 투수 헥터가 등판했음에도 패했던 터라 양현종의 호투는 더욱 빛났다.
양현종 이전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투수가 한국시리즈에서 완봉승을 거둔 것은 2009년 아킬리노 로페즈가 마지막이었다. 그해 KIA는 7차전까지 간 한국시리즈에서 SK를 꺾고 우승했다. 당시 양현종은 4차전 선발로 등판해 패전투수가 됐다. 3경기 등판에서 1패에 평균자책점 6.14. KIA 유니폼을 입고 우승한 적이 있는데도 FA 계약 때 그런 소망을 밝힌 것은 우승의 주역이 되고 싶다는 의미였다.
양현종은 올해 정규시즌 두산전 성적이 좋지 않았다. 2경기에서 1승1패를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이 6.17로 나빴고 피안타율이 0.352로 다른 어느 팀을 상대할 때보다 높았으며 홈런도 두 방이나 맞았다. 그런 그가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을 상대로 에이스다운 피칭을 보여 줬다. 122개의 공을 던지며 마운드를 지킨 그는 결연한 표정이었다. 양현종은 경기 후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힘들었던 것도, 이렇게 집중한 것도 처음"이라고 했다.
지난 24일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행사 때 양현종은 "광주에서 우승 헹가래를 한 것이 30년이 됐다고 한다. 30년 만에 광주에서 우승을 확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30년 전'은 20승 투수 김시진이 좌절했던 그 한국시리즈다. 그때 해태는 4연승으로 삼성을 꺾으며 광주무등경기장 야구장에서 우승을 확정했다.
1승1패로 균형을 맞춘 KIA는 28일부터 3~5차전을 잠실 원정경기로 치르고 광주로 돌아와 6~7차전을 치른다. 광주에서 우승을 확정하겠다는 양현종의 말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만만치 않은 상대인 두산과 승부가 최소한 6차전까지 갈 것이라는 예상이고 또 하나는 그럴 경우 두 번 등판하게 될 자신이 우승을 이끌겠다는 다짐이다. 첫 등판을 성공적으로 끝낸 양현종은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이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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