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정식기자] 야구에서 4번타자는 홈런타자인 경우가 많다. 확률상 베이스에 주자가 있을 때 타석에 들어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팀이 최대의 점수를 내기 위해 그렇게 배치한다. 따라서 4번타자의 능력은 자신의 앞에 나서는 타자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25일 광주에서 열린 KIA와 두산의 2017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 4승제) 1차전은 양 팀 4번타자의 대결이 관심을 모았고, 또 그 대결의 결과로 승부가 결정됐다. 두산의 4번타자 김재환은 2-0으로 앞서 있던 5회 KIA 선발투수 헥터 노에시를 상대로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이 경기는 결국 두산의 5-3 승리로 끝났다. 결승타는 4회 2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4구로 선취점을 올린 오재원이 기록했지만 승리를 가져온 것은 4번타자의 홈런이었다. 이날 김재환의 안타는 홈런 하나가 전부였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KIA의 4번타자 최형우는 3타수 1안타에 그쳤다. 1회에 볼넷을 골랐고, 두 번은 3번타자 로저 버나디나가 세 번째 아웃되는 바람에 선두타자로 나섰다. 5회에는 버나디나가 주자 두 명을 두고 추격의 3점 홈런을 날렸기 때문에 선두타자나 다를 바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양 팀 4번타자가 맞은 기회의 차이가 승부를 결정지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최형우가 선두타자로 한 타격이다. 좌익수 플라이는 평범했고 우중간 안타는 빗맞은 행운의 타구였다. 이번이 아니더라도 시리즈 기간 기회가 왔을 때 4번타자에게 기대를 걸 수 있어야 하는데 이날 타격감은 여전히 좋은 편이 못됐다.
KIA는 올시즌 우승을 위해 거액을 들여 FA 최형우를 영입해 타선의 중량감을 높였다. 최형우는 몸값에 걸맞는 활약으로 KIA가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런데 8월까지 달아올랐던 그의 방망이가 가을이 되면서 갑자기 식었다. 마지막 10경기에서 34타수 7안타, 타율 0.206에 홈런과 타점 없이 정규시즌을 마쳤다. 그리고 맞은 포스트시즌 첫 경기. 아직은 침묵하고 있다.
삼성 시절 여섯 차례나 한국시리즈에 나섰던 최형우는 정규시즌에 비해 포스트시즌 활약이 두드러진 편은 아니었다. 올해를 빼고 한국시리즈 통산타율이 0.234에 불과하다. 4번타자인 그가 한국시리즈에서 2경기 연속 홈런을 쳤던 2012년, 3할타율을 기록했던 2013년과 2014년에는 삼성이 우승했다. 그가 0.095의 극도로 낮은 타율에 홈런과 타점이 없었던 2015년 삼성은 두산에 져 우승하지 못했다.
최형우와 김재환은 여러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아 자주 비교된다. 포수 출신의 외야수로 우투좌타이며 결코 짧지 않은 무명 시절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재환은 두산 타선이 대폭발했던 NC와 플레이오프에서 0.471의 타율과 3홈런 9타점으로 방망이의 예열을 마쳤다. 최형우는 정규시즌 종반의 슬럼프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분명한 것은 남은 경기에서 4번타자 최형우가 살아나야 타이거즈의 11번째 우승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4번타자 대결이 흥미롭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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