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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의 역사] 신이 리베라에게 준 선물, 컷 패스트볼

  • 스포츠 | 2017-10-22 05:00
마리아노 리베라/게티이미지코리아
마리아노 리베라/게티이미지코리아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컷 패스트볼

컷 패스트볼은 패스트볼 또는 슬라이더의 변형이다. 포심 패스트볼보다 속도는 약간 떨어지지만 슬라이더처럼 옆으로 변화한다. 오른손 투수가 던질 경우 오른손 타자의 바깥쪽, 왼손 타자의 몸쪽으로 움직인다. 변화의 폭이 작지만 타자가 스윙을 시작할 때 방향을 바꾸기 때문에 배트 중심에 맞히기 힘들다.

줄여서 커터라고도 부르는 이 공이 야구 사상 최고의 구종으로까지 꼽힌 것은 뉴욕 양키스의 '수호신'이었던 마리아노 리베라 덕분이다. 오른손 투수 리베라가 던진 커터가 왼손 타자들의 배트를 부러뜨릴 정도로 파괴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더욱 각광을 받게 됐다.

리베라가 커터를 익히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1997년의 어느 날 리베라는 같은 파나마 출신의 동료 투수 마리로 멘도사와 경기를 앞두고 캐치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던진 패스트볼이 조금씩 옆으로 꺾이는 움직임을 보였다. 멘도사가 어떻게 된 것인지 물었지만 이유를 모르기는 리베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리베라는 이 새로운 공을 '신이 준 선물'이라고 했다(포수 조 지라디는 리베라가 이미 그 전해에 커터를 던졌다고 말했다).

리베라는 커터를 갖게 되기 전에도 이미 훌륭한 구원투수였다. 마무리 존 웨틀랜드의 셋업맨으로 뛴 1996년 시즌 8승 3패를 올리며 평균자책점 2.09에 피안타율 .189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커터라는 새로운 무기가 추가되면서 메이저리그에서 그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2013년 은퇴할 때까지 역대 최다인 652세이브를 기록하면서 야구 사상 가장 위대한 구원투수로 평가받게 됐다.

다른 투수들도 커터를 던진다. 그러나 리베라만큼의 위력을 보이는 투수는 많지 않다. 같은 양키스의 필 휴스는 리베라와 똑같은 그립으로 던졌지만 마지막 순간의 변화가 별로 없는 패스트볼이었다. 이에 비해 리베라의 커터는 마치 열추적 미사일이 표적을 찾아가듯 갑자기 방향을 바꿨다. 시속 148㎞의 빠른 스피드, 17~18㎝의 움직임, 무엇보다 정확한 컨트롤이 리베라의 커터를 다른 투수들의 그것과 다른 공으로 만들었다. 전체 투구의 80%가 커터였고 158㎞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섞었다. 타자들은 리베라가 무슨 공을 던질 줄 알면서도 공략할 수 없었다.

커터는 오른손 투수가 던지면 왼손 타자의 몸쪽으로 휘어진다. 리베라는 반대 방향으로 변화하는 커터를 개발해 자신의 무기를 더욱 완전에 가깝게 했다.

또 다른 투수의 성공이 커터의 명성을 더욱 높였다. 에스테반 로아이사였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2001년과 2002년 두 시즌을 보냈으나 5.00의 평균자책점에 피안타율 .300으로 성적은 형편없었다. 그는 FA로 시카고 화이트 삭스와 계약해 팀을 옮겼다. 그러나 토론토에 있을 때부터 연마했던 커터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적 첫해 그는 21승 9패에 평균자책점 2.90으로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아메리칸리그 올스타전에 출전했고 사이 영 상 투표에서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그의 성공은 지속되지 못했다. 그는 2003년 이후로 12승 이상을 올리지 못했고 결국 2008년을 끝으로 메이저리그를 떠나야 했다.

로아이사가 2위에 올랐던 사이 영 상 투표에서 1위로 영예를 차지한 투수가 로이 할러데이였다. 1998년부터 4년 동안 18승에 그쳤던 할러데이는 2001년에 커터를 마스터 뒤 이듬해 19승, 2003년에는 22승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컷 패스트볼이라는 이름이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초반이다. 그러나 현재의 커터와 비슷한 공은 훨씬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930년대 투수 조니 앨런의 패스트볼에 대해 "매우 독특하다. 마치 커브처럼 미끄러지거나 꺾인다. 커브처럼 던지지만 릴리스할 때 손목을 꺾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기록에 남아 있다.

커터가 언제 처음 등장했는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수도 있다. 슬라이더가 커브에서 파생된 것처럼 커터 역시 자연발생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패스트볼은 그립, 공을 누르는 지점, 손목의 움직임, 투구 동작 등을 다르게 하면서 다양한 성질의 공이 나올 수 있다. 패스트볼을 던질 때 좌우 방향의 회전을 더 많이 걸면 옆으로 더 많이 휘는데 이 공이 바로 커터이다. 패스트볼의 스피드와 커브의 변화를 절충한 것이 슬라이더인 것처럼, 슬라이더에서 패스트볼 쪽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커터인 것이다.

'변화하는 패스트볼(breaking fastball)'의 성격을 갖고 있는 공이 각광받고 있다는 것은 투수들이 변화의 크기보다는 효율성에 더 쏠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마리아노 리베라/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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