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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프리즘] '선수 출신' 단장의 2017년

  • 스포츠 | 2017-10-14 04:00

LG 양상문 단장/더팩트DB
LG 양상문 단장/더팩트DB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롯데와 NC가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을 치른 13일,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두 팀에도 '일'이 있었다. 마지막까지 가을잔치 티켓을 다투다 6위로 밀려난 LG는 류중일 감독의 취임식을 열었고, 지난 시즌보다 한 계단 내려 앉아 8위가 된 한화는 코치 11명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한화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 불명예는 LG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기록했던 역대 최장기간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와 타이다.

한쪽에는 감독이 새로 왔고, 다른 쪽에서는 코치들이 떠난다. 감독도 곧 정해질 것이다. 그런데 막상 떠오르는 사람은 단장이다.

올시즌 10개 구단 가운데 6개 구단의 단장이 '선수 출신'이었다. 기존 두산의 김태룡 단장 외에 한화 박종훈, LG 송구홍, 넥센 고형욱, SK 염경엽, NC 유영준 단장이 새로 단장직을 맡았다. 이들 가운데 셋은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셋은 그렇지 못했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단장이 선수 출신이 되면서 KBO리그가 프런트 중심의 야구로 바뀌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이제까지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구단 모기업의 임원이 단장을 맡는 경우가 많았다. 조직 관리와 비즈니스 경험이 풍부한 이들이 프런트 중심의 야구를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야구인들은 '야구를 몰라서'라고 한다. 야구를 모르다보니 자리만 지키다가 때가 되면 떠나고, 그에 따라 멀리 내다보는 계획과 안정적인 구단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선수 출신 단장은 야구를 잘 알기 때문에 현장과 소통이 원활하고, 선수 육성을 위한 스태프 구성이나 트레이드 등에서도 장점이 있어 프런트 중심의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와 분석이 나오는 것은 두산이 거둔 성과의 영향이 크다. 그러나 대학 때까지 선수로 뛰었던 김태룡 단장이 현재의 두산을 만드는데 역할을 한 힘을 선수로서의 경험에서 찾는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출신이 아닌 개인적인 능력의 차원이다. 선수 출신 단장과 프런트 중심 야구의 연결은 하나의 허상이다. 야구를 잘 아는 것이 관습과 고정관념에 머물 때는 단장으로서 오히려 단점이 될 수 있다.

프런트를 이끈 첫해의 성적만으로 단장의 능력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탈락을 떠나 긍적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한화와 LG의 경우 굳이 눈에 띄는 구단의 변화를 찾자면 감독이 바뀌었다는 정도다. 심지어 LG는 "선수 출신인 만큼 선수들과 원활한 소통을 통해 성과를 내겠다"고 했던 송구홍 단장 자신도 1년이 안돼 직책이 2군 감독으로 바뀌었다.

한화 박종훈 단장과 LG 양상문 단장은 선수를 넘어 감독 출신이다. '야구를 잘 아는' 이들이다. LG 사령탑을 지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두 사람 다 성공하지 못했다. 감독으로서의 역량과 단장으로서의 능력은 다를 수 있다. 단장으로서는 성과를 낼 수도 있다. 그런데 박 단장은 부임 직후부터 감독과 갈등을 심각한 수준으로 노출하며 조직 운영의 기본적인 능력 부족을 드러냈다. 양 단장은 감독으로서 재계약을 하지 못했는데 곧바로 프런트를 맡았다. 상식을 벗어난 인사에 대한 의문을 안은 채 팀 재건에 나서야 한다. 그럼에도 이들이 팀을 변화시켜 기자의 '편견'을 깨뜨릴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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