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빈볼과 브러시백
1961년부터 1976년까지는 확장의 시대(Expansion Era)다. 라이브볼 시대와 통합 시대까지 16개였던 구단의 수는 확장 시대에 24개까지 늘어났다. 더 많은 선수들이 필요해지면서 아마추어 야구의 유망주들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1965년부터 선수 드래프트가 시행되었다. 1969년에는 양 리그가 두 개의 지구로 나뉘어지면서 리그 우승자를 가리기 위한 챔피언십 시리즈가 열리게 됐다.
확대된 것은 리그만이 아니었다. 1963년 1월 야구 규칙위원회는 스트라이크존을 확대했다. '타자의 겨드랑이에서 무릎 위까지'였던 것이 '타자의 어깨에서 무릎 아래까지'로 바뀌었다.
리그의 확장은 계속됐지만 스트라이크존은 그럴 수 없었다. 넓혀진 스트라이크존은 피칭의 득세와 타격의 침체를 가져왔다. 타자들의 타율은 큰 폭으로 떨어졌고 투수들의 탈삼진수는 엄청나게 늘어났다.
투고타저가 절정에 달한 1968년,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평균 타율은 .237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뉴욕 양키스의 팀 타율은 .214로 뉴욕 메츠가 120패를 당했던 1962년 시즌의 .240보다 훨씬 낮았다. 칼 야스트렘스키는 3할을 간신히 넘긴 .301의 타율로도 아메리칸리그 타격왕에 올랐다.
경기 당 평균 득점은 6.84로, 데드볼 시대였던 1908년의 역대 최저 기록(6.77)에 근접했다. 전체 경기의 21%가 완봉으로 끝났다. 데니 매클레인은 1934년 디지 딘 이후 34년 만에 30승 투수가 됐고, 후안 마리찰은 30경기를 완투하며 26승 9패를 기록했다. 돈 드라이스데일은 58⅔연속이닝 무실점의 대기록을 세웠다.
가장 주목할 만한 활약을 펼친 투수는 밥 깁슨이었다. 깁슨은 평균자책점 1.12로 내셔널리그 기록을 수립하며 사이 영 상과 MVP를 차지했다. 그해 그의 성적은 22승 9패였는데 패한 아홉 번의 경기에서 내준 점수가 27점에 불과했을 정도로 압도적인 피칭을 했다.
투수들이 지나치게 타자를 압도하자 1969년 스트라이크존은 원래대로 다시 좁아졌다. 게다가 마운드의 높이도 15인치(38.1㎝)에서 10인치(25.4㎝)로 낮아졌다. 그 전해에는 다섯 팀이 홈구장 펜스를 앞당겼다. 필라델피아의 코니 맥 스타디움은 센터 필드 쪽 펜스까지의 거리가 447피트(136m)에서 410피트(125m)로 가까워졌다.
타자에게 유리한 조치가 취해지면서 타격은 회복 기미를 보였다. 1968년 리그 전체에 여섯 명뿐이었던 3할 타자가 1969년에 세 배로 늘어났고 40홈런 이상을 친 타자도 한 명에서 일곱 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리그 확장의 결과로 강타자가 각 팀에 분산되고 전반적인 타격 수준도 떨어졌기 때문에 완전히 예전처럼 회복되지는 못했고 결국 아메리칸리그는 1973년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했다.
'투수의 해'였던 1968년에 맹위를 떨친 드라이스데일과 깁슨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서슴없이 위협구를 던지는 투수였다는 점이다.
드라이스데일은 통산 154번이나 타자를 맞혀 내셔널리그 기록을 세웠다. 22.2이닝당 한 명꼴이다. LA 다저스의 동료였던 샌디 코팩스의 몸에 맞히는 공은 129이닝당 한 명이었다. 코팩스는 1966년에는 323이닝을 던지면서 단 한 명의 타자도 맞히지 않은 적도 있다. 물론 제구력의 차이는 아니다. 기질의 차이, 더 나아가 투구하는 방식의 차이였다.
드라이스데일은 타자를 겁주는 피칭을 샐 매글리로부터 배웠다. 공격적인 피칭의 대가였던 매글리는 브루클린 다저스에 막 들어온 새내기 투수 드라이스데일에게 타자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타자의 몸쪽으로 위협적인 공을 던지는 것은 피칭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임을 되풀이해 강조하는 매글리의 말에 드라이스데일은 깊이 빠져들었고 마운드에서 실천했다.
드라이스데일은 "나한테는 원칙이 하나 있다. 내 동료 한 명이 상대 투수에게 맞는다면 나는 그 팀 타자 두 명을 맞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공격적인 피칭은 동료애와 보복의 차원을 넘어 타자와의 치열한 승부였다. 그의 '스승'인 매글리는 "피칭을 할 때 나는 홈플레이트가 내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라도 내 것에 너무 가까이 오면 공을 던져서 알려줄 수밖에 없다."고 말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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