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스포츠' 프로야구를 취재하는 사람들
완연한 봄을 알리는 벚꽃이 만연한 가운데 '국민 스포츠' 프로야구는 지난달 28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팀당 적게는 7경기 많게는 9경기를 소화했습니다.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 2008 베이징 올림픽 우승 이후 프로야구는 남녀노소가 찾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했고, 올해는 800만 관중 시대를 목표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뜨거운 프로야구의 열기에 힘입어 인기 구단 팀의 주말 경기 표 예매는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표를 구하기 어려운 팬들이 부러워하는 이가 있습니다. 바로 야구를 취재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야구 취재 기자들의 일과는 어떨까요?
8일 잠실구장선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시즌 2차전이 열렸습니다. 승자는 두산이었습니다. 프로 데뷔 첫 선발승을 거둔 진야곱의 호투에 힘입어 넥센을 9-4로 물리쳤습니다.
이날 기자는 오후 3시 40분께 경기장에 도착했습니다. 부랴부랴 기자석에 자리를 잡고 두 팀 감독을 만나러 갔습니다. 보통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더그아웃에선 사전 인터뷰가 진행됩니다.
두 팀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과 다르게 편안한 상태로 기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연습을 마친 선수들과 만남은 일종의 보너스 입니다. 김태형 두산 감독과 사전 인터뷰를 마치곤 전날 시즌 첫 패를 떠안은 유희관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유희관은 장난기 어린 말투로 "올 시즌 137경기 남았다. 이제 1패를 했을 뿐이다"며 전날 부진을 깨끗이 잊은 눈치였습니다.
약 40분 동안 이어진 사전 인터뷰를 마치면 기자들은 빠른 걸음으로 기자석으로 돌아옵니다. 독자들을 위한 뉴스를 생산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시간만큼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속보 전쟁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이 가장 진지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오후 5시 20분. 기사 작성을 마친 기자들은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식당으로 향합니다. 이날 잠실구장의 반찬은 각종 김치를 비롯해 동그랑땡, 불고기, 만두, 짬뽕 등 다양한 메뉴가 기자들을 비롯해 구단 관계자, 선수들을 맞이했습니다. 참고로 잠실구장 식당은 타 구단과 비교해 '맛집'으로도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느긋하게 저녁 식사를 즐기는 기자는 별로 없습니다. 빨리 경기장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음 기사 아이템을 생각하느라 밥 맛을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배를 채운 기자들은 다시 노트북 앞에 섭니다. 1회부터 클리닝타임(5회가 끝나고 그라운드를 정리하는 시간)전까지 화장실 가는 것도 잊은 채 경기에 집중합니다. 경기 도중 일어나는 기삿거리를 찾고 빠르게 타이핑을 합니다. 이날 두산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진야곱은 1회에 볼넷으로만 1실점 했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선 '노히트 실점'이라며 특유의 번뜩이는 재치를 발휘하네요.
이날 넥센과 두산전은 기자들에게 그래도 좀 나은 편입니다. 승부가 비교적 일찍 판가름났기 때문이지요. 난타전을 벌인 끝에 경기 막판 뒤집히는 경기는 정말 기자들을 힘들게 합니다. 경기를 마치고 모든 기사를 마감해야 하는 기자들에겐 최소 점수로 일찍 결판이 나는 경기가 환영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두 팀 선발 투수들이 일찍이 무너지며 타격전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오후 10시가 조금 안돼 경기가 끝났습니다. 그러나 기자들의 업무는 끝이 아닙니다. 경기 종료가 무섭게 해당 경기 기사를 쓰고 출고합니다. 이쯤이면 비교적 좋다고 볼 수 있지요.
오후 11시가 조금 안되 모든 일과를 마쳤습니다. 기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날 경기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기자들은 '국민 스포츠' 프로야구의 발 빠른 소식과 질 좋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오늘도 불 꺼진 야구장 기자석에서 가장 늦게까지 불을 켜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더팩트ㅣ잠실구장 = 이성노 기자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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