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노 기자] '샌프란시스코를 배워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특유의 '가을야구 DNA' 앞세워 통산 8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합류해 정상의 기쁨을 맛본 여섯 번째 팀으로 기록되는 겹경사를 누렸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에 오르고도 매번 월드시리즈 문턱에서 좌절한 LA 다저스로선 웃지도 울지도 못할 형국이다.
샌프란시스코는 30일 오전(한국 시각)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코프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시즌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7차전 캔자스시티 로얄즈와 원정 경기에서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의 5이닝 무실점 호투를 앞세워 3-2로 이겼다. 지난 1905년 첫 우승 이후 통산 8번째 챔피언 등극이다. 2010년 이후 세 차례 우승 반지를 가져가며 사실상 메이저리그 최고 팀으로 우뚝 섰다.
올해 역시 샌프란시스코의 '가을 DNA'가 빛났다. 우승확률 0.034%를 뚫고 정상에 올랐다. 지구 1위를 '라이벌' LA 다저스에 내주고 와일드카드로 기사회생해 만든 업적이다. 145년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도 오직 다섯 팀만 누린 영광의 자리다.
샌프란시스코는 2년 연속 LA 다저스에 지구 우승을 내주며 자존심을 구겼다. 와일드카드 순위에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공동 1위에 올라 포스트시즌행 막차를 탔다. 힘겹게 가을야구에 합류한 샌프란시스코였지만, 이후 무서울 것이 없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피츠버그를 물리치며 상승 기류를 타기 시작하더니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선 워싱턴 내셔널스를 3승 1패로 제압하며 '승승장구'했다. 이후 지난해 준우승팀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마저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4승 1패로 무너뜨렸다. 2년 만에 오른 월드시리즈에선 '복병' 캔자스시티를 맞아 7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가을바람'을 탄 샌프란시스코의 기세는 무서웠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했던가. 샌프란시스코의 포스트시즌은 범가너로 시작해서 범가너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츠버그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세인트루이스와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 그리고 캔자스시티와 월드시리즈에서만 3차례 등판해 2승 1세이브(1차전 7이닝 1실점 승, 5차전 완봉승, 7차전 5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챙기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포스트시즌 7경기에 등판해 4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03을 기록하며 '가을 DNA'를 제대로 뽐냈다.
반면, LA 다저스는 2년 연속 지구 1위를 차지하고도 우승 반지는커녕 월드시리즈 문턱조차 밟지 못했다. 올해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부진이 뼈아팠다. 세인트루이스와 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만난 LA 다저스는 1, 4차전 커쇼를 투입했지만, 모두 7회를 넘지 못하고 역전패했다. 페넌트레이스 성적 21승 3패 평균자책점 1.77에 빛나는 커쇼였지만, 포스트시즌에선 쌀쌀한 가을 날씨를 넘지 못하고 2패 평균자책점 7.82로 고개를 숙였다.
마운드가 흔들리자 타선도 물방망이를 휘둘렀다. 1차전에서 장단 16안타를 폭발하며 9점을 뽑았지만, 이후 침묵을 지켰다. 2차전부터 4차전까지 평균 2득점에 그치며 패배를 자초했다. 3-2로 이긴 2차전에선 8안타를 작렬했지만, 이마저도 선발 투수였던 잭 그레인키가 2안타를 만들었다. 1-3으로 패한 3차전에서 5번 타자로 출전한 헨리 라미레스가 3안타를 몰아쳤지만, 3, 4, 6번 타자로 나선 아드리안 곤살레스, 맷 캠프, 칼 크로포드가 단 1안타를 합작하는 데 그치며 불협화음을 냈다. 마지막 4차전 역시 득점권 타율이 1할4푼3리(7타수 1안타)에 머물며 일찌감치 가을 야구를 마무리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타율 3위(2할6푼5리), 평균자책점 6위(3.40)를 기록한 다저스는 타율 10위(2할5푼5리), 평균자책점 10위(3.50)에 그친 샌프란시스코를 압도했다. 하지만 흔히들 '가을야구 DNA'는 따로 있다고 한다. 단기전인 만큼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경험과 두둑한 배짱이 요구된다. 다저스는 2000년대 이후 5번의 지구 우승을 했지만, 단 한 번도 리그 정상을 경험하지 못했다. 반면, 샌프란시스코는 2000년대 이후 4번 지구, 리그 정상에 올랐고, 3번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다저스는 두둑한 돈다발을 무기로 올해 메이저리그 팀 연봉 1위를 기록했지만, '가을 DNA'는 돈으로 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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