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세계적인 경유 공급 부족 사태가 내년(2027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IEA는 14일(현지시간) 발표한 10월 석유시장보고서에서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공급 차질로 세계 경유 시장의 공급 제약이 2027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유 재고 감소와 가격 급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유시설 생산량이 회복되더라도 누적된 공급 부족분을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경유는 화물 운송과 산업·농업 활동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연료다.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 운송비와 생산비 상승을 통해 물가 압력을 키울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경유 수출량은 전년 동월 대비 하루 70만 배럴 감소했다. 러시아와 중동의 수출 감소분은 하루 130만 배럴에 달했으며, 다른 지역의 공급 증가로 일부만 상쇄됐다.
경유 도매가격도 급등했다. 9월 중순 싱가포르 경유 가격은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섰고, 유럽과 미국에서는 배럴당 약 22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IEA는 정유시설 가동률이 연말까지 빠르게 회복되더라도 올해 4분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진된 재고를 보충하는 작업도 내년 하반기에나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산 경유를 세계 시장에 공급하기로 합의한 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산 경유 30만t을 즉시 시장에 공급하고 다음 달 50만t을 추가로 풀기로 했다.
그러나 IEA는 러시아산 경유 공급 확대가 시장의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평가했다. 유럽연합(EU)도 합의된 물량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러시아 제재 완화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IEA는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260만 배럴 감소하고 공급은 하루 평균 58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2027년에는 공급이 하루 77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걸프 지역의 에너지 시설과 유조선에 대한 공격이 재개되면 공급 회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도 국제유가를 밀어 올렸다.
CNBC 등에 따르면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장 대비 0.37달러(0.35%) 오른 배럴당 106.0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상업거래소의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0.95달러(1.01%) 상승한 배럴당 95.09달러에 마감하며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 간 무력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14일 국영 석유기업 사우디 아람코 산하 행정 건물이 야간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예멘 내 후티 에너지 터미널과 연료 비축시설을 공습하며 맞불을 놨다.
미국과 이란 간의 신경전도 팽팽하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해군 사령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고 있다며 접근하는 미 군함을 침몰시키겠다고 위협하자, 미 중부사령부는 이를 일축하며 미군과 동맹국들이 해협의 안전 운항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폴 튜더 존스 튜더 인베스트먼트 설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 '스쿼크 박스'에 출연해 이란 분쟁으로 유가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나는 원유에 롱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유가 상승을 전망한다. 유가가 20달러 또는 25달러 더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상황을 완화할 만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었다면 중간선거 전에 이미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