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임영무 기자] 고대와 현대, 장르와 형식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독보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해 온 캐나다의 시인이자 고전학자 앤 카슨(76)이 올해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8일(현지시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카슨을 호명하며 "고전 전통과 유희적인 대화를 나누며 현대 문학을 위한 새로운 형식을 창조한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캐나다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2013년 앨리스 먼로 이후 13년 만이며 여성 작가로는 2024년 한강에 이어 역대 19번째다. 노벨상 상금은 1200만 스웨덴크로나(약 16억 1000만 원)이며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카슨에게 문학 장르의 경계는 무의미했다. "단어의 어원을 탐구하는 게 내 모든 작업의 출발점"이라고 밝힌 그는 시, 에세이, 소설, 비평, 번역, 희곡의 경계를 거침없이 오간다.
대표작인 『빨강의 자서전』(1998)은 그리스 신화 속에서 헤라클레스에게 죽임을 당하는 날개 달린 빨강 괴물 게리온을 현대의 상처받은 소년으로 되살려낸 ‘시로 쓴 소설’이다. 또한 A M 클라인 시문학상을 안긴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1996)은 에세이, 산문시, 비평, 일기 등이 한데 공존하는 독창적인 작품으로, 수록작 ‘TV 인간’에서는 호메로스의 영웅 헥토르와 소크라테스, 사포를 현대 TV 촬영장으로 소환해 내기도 했다.
이 외에도 2001년작 『남편의 아름다움』은 여성 최초로 T S 엘리엇 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겼으며,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오빠 마이클을 기리며 쓴 『녹스』(2010)는 소설가 한강이 "밤을 들여다보는 책이 왜 이렇게 눈부신 걸까?"라는 추천사를 남겨 국내 독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림원은 "카슨은 역사가 투키디데스와 버지니아 울프를 나란히 놓는 등 예상하기 어려운 조합으로 현대문학의 새로운 형식을 만드는 데 영감을 줬다"며 "고전시와 현대시, 서로 다른 장르와 예술 형식 사이를 오가는 유희적이고 아이러니한 작품을 탄생시켰다"고 평했다.
최근 2024년 영국 문예지 기고문을 통해 파킨슨병 투병 사실을 고백하기도 한 카슨은 수상 직전 스웨덴 한림원과의 통화에서 "아이슬란드에서 바람 소리를 듣고 있다"며 매우 놀라면서도 깊은 기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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