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유럽연합(EU)과 멕시코가 농산물을 포함한 전 품목 관세를 단계적으로 없애는 무역협정에 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양측이 대미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변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AP통신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EU와 멕시코는 22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새로운 무역협정을 공식 체결했다.
이번 협정은 2000년 발효된 기준 EU·멕시코 자유무역협정(FTA)을 손질한 것이다. 기존 협정이 자동차와 기계류 등 공산품 중심이었다면 이번 개정안은 서비스와 정부조달, 디지털 무역, 투자, 농축산물과 식품까지 범위를 넓혔다. 협정은 양측 의회의 비준 절차를 거쳐 최종 발효된다.
EU와 멕시코는 이번 협정이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지정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농산물 개방 확대다. 양측은 그동안 보호 영역으로 남겨뒀던 농산물·식품 분야 관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EU산 치즈와 돼지고기에 부과되던 최대 45% 관세는 협정 발효 후 7~10년 안에 사라진다. 최대 100%에 달했던 가금류 제품 관세도 같은 기간 철폐된다.
반대로 멕시코는 육류와 베리류, 아보카도 등의 EU 수출 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테킬라와 메스칼 등 멕시코산 증류주의 지리적 표시(GI) 보호도 강화된다.
이러한 배경에는 미국발 관세 압박이 자리한다. EU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추가 관세 정책 영향권에 놓여 있고 멕시코는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의 고율 관세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멕시코는 자동차 수출의 약 80%를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어 향후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개정 협상 결과에 따라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EU 역시 에너지 의존 문제를 안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비중이 크게 늘면서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 가운데 EU와 멕시코의 교역 규모는 최근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 상품 교역 규모는 약 900억 유로(약 158조 원)에 달했다. 멕시코 정부는 이번 협정 체결로 EU 수출 규모가 현재 연간 240억 달러에서 2030년 360억 달러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