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호영 기자]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이 경기 침체에 빠진 가운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26일(현지시간) 올해 초 재정 개혁 후 경제 회복의 징후가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은 독일의 중기 경제 성장이 여전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메르츠 총리는 이날 연방의회(하원) 연설에서 "현재 우리의 일정이 끝난 것이 아니라 중간에 있고, 최근 지정학적·경제적 도전이 더 거세지고 있지만, 추세 반전의 조짐이 보인다"며 희망을 내비쳤다.
그러나 같은 날 IMF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G7(주요 7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올해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IMF는 보고서에서 지출 증가로 국내 투자와 소비가 점진적으로 증가해, 실질 GDP 성장률은 2026년 약 1%, 2027년에 1.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 성장률 이상으로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돼 생산성이 둔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 성장이 둔화하며 유럽연합(EU)에 대한 독일의 재정 기여도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독일경제연구소(IW)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이 EU에 낸 분담금에서 각종 기금 등으로 돌려받은 액수를 뺀 순 기여액은 131억 유로(22조4000억원)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는 2위인 프랑스의 48억 유로(8조2000억원)의 3배에 가까운 액수다.
그러나 지난 2022년 독일의 순 기여액 197억 유로(33조6000억원)에 비하면 2년 사이 33.5%가 감소한 것이다.
EU 회원국은 경제 규모에 따라 분담금을 내고, EU 집행위원회에서 이를 각종 기금·보조금으로 다시 배분한다. 부유한 국가가 많은 부담을 지고, 빈곤한 국가가 혜택받는 것이다.
EU 역내 경제 생산량의 25%를 담당하는 독일은 2021년 영국이 EU를 탈퇴한 이후 매년 순 기여액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제 둔화로 액수 자체가 줄고 있다.
또 다른 경제 대국 프랑스도 2023년에 비해 지난해 순 기여액이 절반 가량 줄었다. 자미나 줄탄 IW 연구원은 "독일과 프랑스가 EU의 문제아다. 그들의 경제 위기는 EU 기여금 감소에서도 드러난다"고 진단했다.
이에 IMF는 독일을 향해 현재 이용 가능한 재정을 경제의 장기적 생산력을 높이는 데 신중히 사용해야 하며, 성장 지향적 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혁신과 디지털화 촉진, 불필요한 규제와 노동력 공급 제약 철폐, 유럽 경제 통합 조치 등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케빈 플레처 IMF 유럽 고문은 기자회견에서 "(독일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지금이 결정적인 조처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플레처 고문은 아울러 "독일이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EU 단일 시장 발전에 앞장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U 국가 사이의 경제 체제가 밀접해질수록 독일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유럽 전역의 수출도 증가할 것이라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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