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호영 기자] 지난해 대학생 반정부 시위로 실각한 후 인도로 도피한 셰이크 하시나 전 방글라데시 총리가 자국에서 열린 재판에서 시위 유혈 진압 혐의가 인정돼 사형 판결을 받았다.
AP·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법원은 이날 하시나 전 총리의 궐석 재판에서 반(反)인도적 범죄로 사형을 선고했다. 하시나 전 총리는 지난해 7월 독립 유공자 후손에 대한 공직 할당에 반대하는 대학생 시위를 무력 진압하도록 지시해 유엔 추산 최대 1400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진압 시도에도 시위가 거세지자 지난해 8월 5일 총리직을 사임하고 인도로 도피했다. 이후 하시나 전 총리는 집단살해 방지 실패·조장 등 5개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기소됐고,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하시나 총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인도에 피신한 상태다. 그는 법원이 "캥거루"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방글라데시 과도정부는 이번 판결을 통해 인도에 하시나 전 총리 송환을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 과도정부는 지난해에도 하시나 전 총리의 송환을 공식 요청했으나 인도가 응답하지 않은 바 있다.
방글라데시는 하시나 전 총리가 도피한 이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 최고 고문이 임시 정부 수반을 맡고 있다.
유누스 최고 고문은 임시 정부가 2월에 다음 선거를 할 것이며, 하시나 전 총리의 아와미연맹당은 경쟁에 나설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시나 전 총리는 재판을 앞두고 지지자들에게 "불안해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는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제11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제13대 총리를 역임했다. 하시나 전 총리는 1981년 이후 수십 년간의 정치 활동 동안 최소 19번의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았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이에 판결을 앞두고 하시나 전 총리의 지지자들은 반발했고, 지난 10일에는 다카 시내의 정부·정당 청사 및 종교 시설 11곳에 화염병이 날아들고 버스 3대가 불에 타기도 했다. 이에 당국은 치안 병력을 증원하는 등 보안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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