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호영 기자] 최근 일본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다. 그러나 정작 일본 내에선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모양새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15~16일 유권자 1046명을 대상으로 벌인 전화 여론조사에서 대만 유사시 자위권 행사와 관련해 찬성은 48.8%, 반대는 44.2%로 응답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중의원(하원)에서 일본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시'는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존립 위기 사태'는 지난 2015년 도입된 개념이다. 일본은 '평화헌법' 제9조에 따라 군대 보유와 전쟁 개시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존립 위기 사태'의 경우 일본과 밀접한 관계의 국가가 공격받아 일본의 존립과 국민 생명이 위협받을 때는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중국은 강경한 태도로 맞서고 있다. 중국 교육부는 16일 '일본의 치안이 불안정하다'며 "일본 유학을 신중하게 계획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같은 날 문화여유부 또한 당분간 일본 여행을 당분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지난 14일 중국 외교부가 중국 국민에게 "단기간 내 일본 여행을 피하라"며 여행 주의보를 발령한 데 이은 한일령(限日令) 조치들이다.
중국은 일본 교육계와 여행업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본학생지원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일본 내 유학생 중 중국인은 37%로 1위였다. 또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일본을 찾은 중국인 여행객은 748만 명에 달했다.
이에 일본은 17일 외무성 담당 국장을 중국에 급파했다. 일본 공영 NHK 방송은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이날부터 중국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가나이 국장은 류진쑹 외교부 아주국장 등과 회담할 전망이다.
가나이 국장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기존 일본 정부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설명하고, 양국 입장 차가 인적 교류에 영향 끼쳐선 안 된다는 일본 측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이 같은 조치에 앞서 강경한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앞서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지난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에 "멋대로 끼어든 그 더러운 목은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이후 중국 외교부는 13일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로 불장난해서는 안 된다.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탄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같은 날 늦은 밤 가나스기 겐지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하기도 했다.
격화하는 양국 갈등이 해소되기 위해선 다카이치 총리가 발언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그는 이미 해당 발언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표명한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강경하게 나서는 데에는 우선 지지율이 확고하다는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와 비교해 5.5%포인트 상승한 69.9%였다.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16.5%였다.
다카이치 총리가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구태여 중국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본래 자신의 소신을 보여주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다카이치 총리가 원래 그 문제(양안 관계)에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다카이치 총리는 기본적으로 '친 대만파' 성향"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다카이치 총리 당선에 큰 도움을 준 아소 다로 전 총리 역시 대표적 친대만 인사라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아울러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유사시' 발언 과정에서 '전함'을 언급한 것에 대해 "전함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까지만 사용된 함종(艦種·전투용 선박의 종류)으로, 일본 내 비판자들은 (다카이치) 총리의 우익적 사상이 반영된 것이라고 굉장히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hyso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