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호영 기자] 사망자 130명과 부상자 수백 명을 남긴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 10주기를 맞아 13일(현지시간) 추모식이 엄수됐다.
추모식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사건 당시 국가원수였던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안 이달고 파리시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오전 11시 30분 파리 외곽의 축구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출발한 후 파리 10구와 11구에 있는 사건 발생 장소 5곳을 차례로 돌며 추모식을 진행했다. 오후 6시에는 파리시청 생제르베 광장에 개장한 추모 정원에서 추모식을 마무리했다.
각 현장에선 희생자들을 호명한 후 헌화와 묵념이 이어졌다. 프랑스 언론도 추모에 동참했다. 일간 르피가로와 르몽드는 사건 10주기 특집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유족의 동의를 받아 각 장소에서 희생된 사망자들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했다.
파리 테러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5년 11월13일 밤 9시20분에 시작됐다. 당시 프랑스와 독일의 축구 친선 경기가 열리고 있던 스타드 드 프랑스 인근에서 세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 이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 대원 3명이 경기장 진입에 실패하자 경기장 입구 주변에서 자살폭탄을 터뜨려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장에 있던 시민 1명과 테러범들이 모두 숨졌다.
유사한 시간 다른 테러범들은 파리 10구의 식당들이 모여있는 교차로에서 총기를 난사했고, 식당 테라스와 거리 등에서 13명이 사망했다. 이 테러범들은 11구로 이동, 추가로 두 곳에서 총기를 난사해 26명을 더 살해했다.
인근 11구의 바타클랑 극장에서도 세 번째 IS 대원들이 난입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당시 극장에는 미국 록밴드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Eagles of Death Metal)의 공연이 진행 중이었고, 이곳에서만 90명이 사망했다.
테러범들은 자살폭탄으로 사망하거나 경찰의 사격으로 사망했다. 프랑스는 이들 19명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고, 테러를 공모한 살라 압데슬람은 체포돼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 사건으로 총 130명이 사망하고 400명 이상이 다쳤다. 여기에 바타클랑 극장에서 생존한 두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결국 파리 테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본토에서 벌어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에 "10년, 아픔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형제애를 담아 희생된 생명, 부상자, 가족과 친지들을 위해 프랑스는 기억한다"고 적었다.
그는 추모공원 개장식과 함께 열린 공식 추모식 연설에선 "함께 단결해 이 싸움을 치르는 우리는 힘을 통해 내일의 도전에 맞서고, 더욱 강해지며, 그들이 파괴하려 했던 것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어 "그들은 죽음을 뿌리려 했지만 우리는 생명을 고양했고, 그들은 우리를 공포로 마비시키려 했지만 우리의 가치에 대한 사랑과 삶에 대한 열망을 증폭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분열을 원했지만 우리는 단결했다. 그들은 우리를 지우려 했지만, 우리의 투쟁이 보편적임을 일깨워 줬다"며 "우리는 여기 있으며, 내일 다시 여러분 곁에 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리 테러 이후 10년간 총 85건, 올해에만 6건의 테러가 저지됐다며 "우리는 프랑스에 맞서 무기를 들려는 이들에 대응해 테러와의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추모식에선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의 보컬 가수가 생존자들로 구성된 13인조 합창단과 함께 You'll Never Walk Alone을 불러 감동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