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호영 기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취임 1년 4개월 만에 위기를 맞았다. 지지율이 하락한 상황에서 당 대표 교체설까지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일간 가디언 등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 집권 노동당 하원의원 사이에서 당 총재(대표) 교체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보도했다. 오는 26일 발표되는 예산안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거나 내년 5월 지방선거에서 노동당이 패배하면 스타머 총리의 퇴진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은 집권당 대표가 총리직을 수행한다. 따라서 노동당의 대표 교체는 곧 영국의 총리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스타머 총리 측이 강하게 반발하며 사태가 커졌다. 총리실의 일부 관계자가 "총리는 지도부 교체 시도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차기 총리로는 웨스 스트리팅 보건복지장관과 샤바나 마흐무드 내무장관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리팅 장관은 다음 날 오전 BBC 라디오를 통해 "터무니없는 허위 주장"이라며 "나는 총리를 지지하며, 따라서 사임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오히려 스타머 총리의 측근들이 "자멸적인 정치 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스타머 총리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 그는 같은 날 매주 수요일 개최되는 의회 총리 질의(Prime Minister‘s Questions·PMQ)에서 "내각 구성원에 대한 공격을 승인한 적이 없다"며 "그들을 그 자리에 임명한 것은 직무를 수행하는 데 가장 적합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내각 구성원에 대한 어떤 공격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는 2020년 4월 당대표 선거에서 56.2%의 득표율을 얻어 당 대표가 됐다. 뒤이어 지난해 7월 총선에서 노동당이 2001년 총선 이래 최대 의석인 411석을 확보하며 총리가 됐지만, 최근 평가는 최악을 달리고 있다.
BBC는 "지금의 정부는 매우 인기가 없다"며 "스타머 총리는 영국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총리"라고 꼬집었다.
13일 공개된 여론조사기관 유고브 조사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가 노동당 대표직을 수행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27%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51%는 스타머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다.
게다가 곧 발표를 앞둔 예산안도 스타머 총리에게 치명적이다. 해당 예산안에는 약 300억 파운드(약 57조8800억원)에 달하는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증세가 발표될 전망이다. 지지자들의 기대와는 상반되는 행보다.
노동당 당규에 의하면 당 총재 선출 경선 개최에는 소속 하원 의원 20%의 서명이 필요하다. 현재 의원 405명 중 81명이 동의하면, 새로운 총리 선출을 시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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