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주변국 '무장 강화'


러, 우크라이나 포크로우스크 공세
EU, 군사 이동 자율화 조약 추진
폴란드, 내년까지 40만 명 군사훈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유럽 국가들이 대비에 나섰다. 사진은 2022년 9월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이지움에서 러시아 국기를 밟고 있는 모습. / 뉴시스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 확대를 경계하며 대비에 나섰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거센 상황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전략적 요충지인 포크로우스크 점령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크로우스크는 인구 6만 명의 작은 탄광도시지만 돈바스 지역의 주요 도로와 철도가 교차하는 교통 중심지로 핵심 보급로를 담당하고 있다. 러시아가 이곳을 차지한다면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로우얀스크 등 주변 도시로 진격이 가능하다.

이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은 사활을 건 공방전을 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수많은 병력과 장비의 물량을 앞세우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주장에 따르면 교전비 자체는 일부 지역에서 10대 1의 수준을 보일 정도로 유리하지만, 병력과 장비 부족의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에 러시아의 4분의 1에 불과한 인구를 가진 우크라이나에선 전략적 후퇴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우리 군인들을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서도 명확한 철수 의사를 밝히진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지원은 낭비'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푸틴 대통령과 통화 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2주 이내에" 만나 종전 계획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같은 달 21일 "시간 낭비를 원하지 않는다"며 회담을 보류했다고 알렸다.

주변국들은 이런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6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나토-산업 포럼에서 러시아가 중국, 북한 등과 협력해 세계를 불안정하게 하는 장기적 대립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세 국가의 방산 협력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6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나토-산업 포럼에서 러시아가 중국, 북한 등과 협력해 세계를 불안정하게 하는 장기적 대립을 준비하고 있다며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2024년 뤼터 사무총장의 모습. /뉴시스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의 유럽방위기금(EDF) 참여를 허용하고 EU 국가 간 군사 분야 솅겐 조약(회원국 간 국경 이동 자율화) 구축을 추진하는 등 행동에 나섰다.

EU 이사회는 6일 73억 유로(약 12조 원) 규모 EDF에 우크라이나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EDF는 EU 회원국 간 국방 분야 공동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기금으로, 방위 산업 경쟁력과 기술적 자율성 강화를 목표로 한다.

이번 합의의 목표는 '유럽 재무장(ReArm Europe)'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현행 EU 예산 내에서 국방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다. 결국 이번 합의로 우크라이나도 국방 분야 공동 연구·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또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19일 '군 기동성(military mobility)' 문서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폴란드 언론 RMF24는 "이 문서에는 EU 국가 내 군사 장비, 병력, 물자의 효율적이고 대규모적인 이동이 포함된다"며 "관련 발표와 함께 기존 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입법안도 제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논의가 실현되면 EU 내 군 병력은 더 신속히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 확대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는 독자적으로 경계 태세를 구축하고 있다. 내년까지 40만 명을 훈련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군사 훈련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슬라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국방장관은 6일 '상시 대비 태세'(At Readiness) 군사 훈련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폴란드는 지난 2024년 기준(추정치) 6430억 달러(약 936조 원)의 국방비를 지출했다. 이는 나토 회원국 중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에 이은 다섯 번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4.12%인 1위다. 또 병력은 21만 6000명으로 나토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많다. 폴란드는 앞으로 10년 동안 군 규모를 30%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hys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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