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호영 기자] 호주가 다음 달 10일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을 시행한다. 각국에서 유사한 법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환영하는 반응과 우려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AFP 통신, BBC 등 외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아니카 웰스 호주 통신부 장관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과 스트리밍 플랫폼 '킥'이 새로운 법안을 적용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웰스 장관은 기자들에게 "온라인 플랫폼은 소름 끼치는 통제력으로 어린이들을 표적으로 삼기 위해 기술을 이용한다"며 "단지 그들이 온라인에서 어린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그 기술을 사용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는 다음 달 10일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한다. 해당 법안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 엑스(X·옛 트위터), 유튜브, 틱톡, 스냅챗 등 SNS 및 스트리밍 플랫폼이 금지 대상으로 지정됐다. 여기에 레딧과 킥이 추가된 것이다.
이들 플랫폼은 16세 미만 사용자의 접근을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를 해야 하고, 위반 시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470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구체적인 기술 조치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신분증, 부모 승인,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고 BBC는 전했다.
호주 정부는 SNS와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악화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대부분의 호주 성인은 이 법안을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청소년의 SNS 이용 규제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7일 덴마크 정부는 15세 미만 아동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공식 추진하기로 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SNS가 우리 자녀들의 어린 시절을 빼앗고 있다"며 법안 도입에 의회의 협조를 구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11세~19세 덴마크 남학생의 60%가 여가 시간 단 한 명의 친구도 만나지 않는다'는 통계 결과를 인용해 "덴마크 중학교 7학년 학생의 94%가 13세 이전부터 이미 SNS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며 "휴대전화와 SNS가 우리 아이들의 유년기를 훔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르웨이도 현재 SNS 접근 허용 나이를 13세에서 15세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노르웨이 9~12세 어린이의 72%가 SNS를 사용하며 공포, 폭력 등 자극적인 콘텐츠에 노출된 어린이의 비율이 2022년 51%에서 2024년 56%로 증가했다는 이유에서다.
프랑스는 지난해 6월 부모나 보호자의 승인이 없을 때 15세 미만의 SNS 이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선 호주를 모델로 청소년의 SNS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청소년들의 연결성을 단절시킬 수 있고, 오히려 청소년들이 규제되지 않는 위험한 온라인 공간으로 내몰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절반에 달하는 이용자가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차단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호주 및 해외의 기술과 아동 복지 관련 분야 학자 140명은 지난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SNS 연령 제한에 반대하며 "위험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둔감한 수단"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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