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핵무기의 시대?…긴장 높아지는 유럽


美 핵무기 배치 유력한 벨기에서 드론 목격
트럼프, 러 핵무기 공개에 핵 시험 재개 공표

러시아가 연일 신형 핵무기를 공개하고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시험 재개 의사를 밝힌 가운데 미군 전술핵무기가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벨기에 공군기지 상공에 정체불명의 드론까지 출몰하며 유럽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2년 10월 26일(현지시간) 러시아 북서부의 플레세츠크 우주 기지에서 야르스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 시험 발사되는 모습 /AP.뉴시스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러시아가 연일 신형 핵무기를 공개하며 유럽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시험 재개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미군 전술핵무기가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벨기에 공군기지 상공에 정체불명의 드론까지 출몰하며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벨가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벨기에 북동부 클라이네 브로겔 공군기지 상공에서 드론 4대가 포착됐다.

기지 근무자가 상황을 목격한 이후 헬리콥터가 추적했지만, 드론은 종적을 감췄다. 사라진 드론은 네덜란드가 있는 북쪽을 향해 날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벨기에 공영 VRT는 전했다.

앞서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해당 기지와 동부 림뷔르흐주의 군 기지에 드론이 연속으로 목격된 바 있다. 벨가 통신은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일 앤트워프 공항 인근에서도 미확인 드론이 출몰했다고 보도했다.

테오 프랑켄 벨기에 국방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해 "정상적인 비행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프랑켄 장관은 드론의 배후로 러시아를 특정하진 않았으나 "단순한 비행이 아닌 클라이네 브로겔을 목표로 한 명백한 조종 행위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벨기에 매체 RTBF에도 "그들(드론)은 (미군) F-16 전투기와 탄약이 있는지, 그리고 기타 전략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정찰하러 온다"고 주장했다.

미국 뉴스위크에 따르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사용하는 클라이네 브로겔 기지에는 미국 전술핵무기 B-61 핵폭탄이 10~15발 배치돼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기지는 B-61을 탑재할 수 있는 미 공군 F-16 전투기가 주둔 중이며, F-35 스텔스 전투기 편대도 배치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나토는 현재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튀르키예 등 5개 회원국에 약 150~200기의 B-61 계열 전술핵폭탄을 배치 중이다.

벨기에 클라이네 브로겔 기지에는 미국 전술핵무기 B-61 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미 공군 F-16 전투기가 주둔 중이며, F-35 스텔스 전투기 편대도 배치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018년 6월 12일 경기도 평택시 미 공군 오산기지에서 훈련을 마친 F-16 전투기가 착륙하는 모습. /문병희 기자.

최근 유럽에는 러시아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이 다수 목격되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몇 주간 폴란드·루마니아 상공에서 러시아 드론이 격추되거나 추적됐고, 출처가 불명확하지만, 러시아의 가능성이 높은 드론이 덴마크·노르웨이·독일의 항공을 교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더불어 러시아는 신형 핵무기도 연이어 공개하고 있다. 지난 1일 러시아 국방부는 핵 추진 수중 드론 '포세이돈'의 탑재가 가능한 핵잠수함 하바롭스크를 진수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포세이돈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26일 핵 추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의 발사 성공을 발표한 지 사흘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러시아의 움직임에 대응해 2일 핵무기 시험 재개 방침을 밝혔다. 미국의 핵무기 시험은 1992년 이후 33년간 중단된 상태다.

러시아의 잇따른 핵무기 발표에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시험 재개로 대응하고 나토 기지에 대한 드론 위협도 더해지며 유럽에서 과거 냉전 시절 공포가 재현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녹화돼 2일 공개된 미국 CBS 방송 '60분'(60 Minutes) 인터뷰에서 "핵무기를 만들고도 실험을 안 한다는 게 말이 되나.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는 실험해야 한다"며 핵무기 시험 재개 의사를 재확인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핵무기 시험에 대해 "현재 논의 중인 시험은 시스템 점검용"이라며 "핵폭발이 아닌, 우리가 '비임계(non-critical) 폭발'이라고 부르는 시험"이라고 밝혔다.

hys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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