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호영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1일 오후 경주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개선과 상호 협력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일본 공영 NHK 방송에 따르면 이날 두 정상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일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시 주석은 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중일은 서로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중일 관계가 올바른 궤도로 나아가게 하도록 다카이치 총리와 소통을 유지할 준비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걸맞은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양자 관계를 위해 일본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4대 정치문건을 언급하며 "문건에서 세운 원칙과 방향에 따라 함께 양자 관계를 수호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해당 문건은 1972년 수교 때 발표한 '중일공동성명'과 1978년 양국 외교장관이 서명한 '중일 평화우호조약' 등을 말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시 주석에게 "'전략적 호혜 관계'를 포괄적으로 추진해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고 싶다"며 "양국은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중요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일본 사이에 다양한 현안과 과제가 있지만, 이를 줄이고 이해와 협력을 늘려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싶다"고 밝혔다.
전략적 호혜 관계는 정치적으로 대립하더라도 실질적 협력을 지속하자는 기본 원칙으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08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그러면서 "나는 신념과 실행력을 정치 신조로 삼아왔다"며 "시 주석과도 솔직하게 대화해 정상 간 관계를 깊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과 내실 있는 회담을 했다"며 "이견이 있어도 대화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의 희토류 수출 규제를 비롯한 경제적 압박 문제와 중국 선박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주변 항해 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또한 "중국 당국의 일본인 구속 문제와 홍콩과 신장위구르 자치구 지역의 인권 문제, 납치 문제를 포함한 북한의 현 상황 등 구체적인 현안을 진솔하게 얘기했다"며 "일본산 수산물과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의 전향적인 대응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 2023년 8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발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 올해 6월 조건부 재개하기로 했지만 후쿠시마현 등 10개 지역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소고기 또한 2001년 9월 일본에서 소해면상뇌증(BSE)이 발생한 이후 수입을 중단한 상태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중일 정상회담은 오후 5시를 조금 넘어 시작해 약 30분 만에 종료됐다. 시 주석이 일본 총리와 회담한 것은 지난해 11월 페루 리마 APEC 정상회의 이후 약 1년 만으로, 다카이치 총리와는 처음 대면회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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