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호영 기자]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를 중심으로 한 다카이치 내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와 내각 구성원 대다수가 '우익' 행보를 보여온 인물들로, 향후 외교 관계의 악화를 걱정하는 우려다.
21일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 한국과 마찰을 빚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치적 후계자로 평가받는 우익 인사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초선 의원이었던 1994년 10월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총리와 맞선 적이 있었다. 당시 다카이치 의원은 무라야마 총리에게 "과거의 전쟁을 현재의 총리가 마음대로 사과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1995년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주변국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명시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각료 시절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했다. 지난 2022년에는 도쿄에서 열린 극우 단체 심포지엄 강연에서 한국을 겨냥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어정쩡하게 하니 상대가 기어오른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독도 문제에 대해선 지난달 시마네현이 매년 2월 22일 개최하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의 날' 행사에 참여하는 정부 대표를 차관급인 정무관에서 장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선거 국면에선 지난 17∼19일 야스쿠니 신사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 기간 참배 대신 대금을 봉납하는 등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9년 9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외무상을 지냈다가 약 4년 만에 복귀한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2020년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며 "이 기본 입장을 토대로 냉정하고 의연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제징용 문제는 "한국 측 책임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지속해서 강력히 요청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당국 간 협의를 계속하겠다"고 잘못을 떠미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지난해 현직 방위상으로는 3년 만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고, "내정 문제로 내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더해 고이즈미 신지로 신임 방위상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꾸준히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과의 연합 정권 수립에 합의해 다카이치 내각 탄생에 이바지한 일본유신회는 주요 정당 중 가장 보수적인 정당으로 평가된다. 유신회는 내각에 입각하진 않았지만, 자민당의 부족한 의석을 보충하고 있다. 유신회는 연정 조건으로 일본의 군 창설과 전쟁 개시를 금지하는 이른바 '평화헌법' 제9조의 개헌을 요구했다. 양당은 오는 12월까지 합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다만 일본 헌법 개정에는 의원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고, 현재 중의원(하원)에서 평화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정당의 의석수가 3분의 1을 넘어 실제 개헌은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시도만으로도 한국과 중국 등 주변 국가와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우익 정치색이 짙은 다카이치 내각 탄생에 중국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 계열의 국제 시사 평론 계정인 뉴탄친(牛彈琴)은 22일 게시물에서 다카이치 총리를 겨냥해 "이 세상은 트럼프 하나로도 충분히 골치 아픈데, 여자 버전 트럼프가 또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카이치 총리는 일관되게 반중(反中) 행보를 보여왔다"며 "여러 차례 중국을 비난하고, 난징대학살을 부정하며, '중국 위협론'을 적극 퍼뜨려 왔다"고 비판했다.
또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일본 총리 선출 관련 질의에 '일본이 역사·대만 문제에 관해 한 정치적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로 "양국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수호하고 중일 전략적 호혜 관계를 전면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만 밝혔다. 외교 관례상 "축하한다"는 표현이 사용돼야 하는데, 이를 쓰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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