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통화 긴축 정책의 종료 시점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다만 향후 금리 인하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14일(현지 시간) CNBC,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기업경제학회(NABE) 연례회의 연설에서 "연준이 은행 시스템에 공급할 수 있는 '충분한(ample)' 준비금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며 "수개월 내 양적긴축(QT·대차대조표 축소)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경기부양을 위해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대규모로 매입해 대차대조표를 약 9조 달러까지 늘린 뒤, 2022년 중반부터 자산 만기 재투자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축소를 이어왔다.
파월 의장은 "현재 유동성 관련 지표를 면밀히 관찰 중이며, 시장 내 유동성이 점차 긴축되는 조짐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차대조표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4조 달러로 되돌릴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금리 정책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보다 고용의 하방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며 "8월까지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임금 상승세는 뚜렷하게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노동공급 감소와 이민 축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연준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안에 추가로 두 차례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으나, 파월 의장은 이날 이에 대해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다.
최근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일부 경제지표 발표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파월 의장은 "현재까지 이용 가능한 데이터로 볼 때, 9월 회의 이후 물가와 고용 전망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셧다운 이전 발표된 자료들을 보면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최근 상품 가격 상승은 근본적인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이 아니라 관세 조치의 영향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다음 주 발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