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신경전…정상회담 향방은 '안갯속'


中 희토류 수출 통제에 美 관세 100% 인상
트럼프·中 "싸움 바라지 않아" 수위 조절
中, 이온 배터리·인조 다이아 통제 예정

이달 말 열릴 것으로 보였던 미·중 정상회담에 변수가 발생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결정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100% 인상 카드를 꺼내면서다. 사진은 지난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뉴시스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될 것으로 보였던 미·중 정상회담에 변수가 발생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결정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100% 인상과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다. 양측은 '싸움을 바라지 않는다'며 수위를 조절하고 있지만, 불씨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중국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걱정하지 마라,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며 "매우 존경받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잠시 안 좋은 순간을 겪었을 뿐"이라고 적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자기 나라가 불황을 겪는 것을 원하지 않고, 나 역시 마찬가지"라며 "미국은 중국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비슷한 취지로 답변했다. 그는 '11월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여전히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그렇다"면서도 "어떻게 될지 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11월 1일은 나에게 아주 먼 미래와 같다"고 덧붙였다.

전날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희토류 등의 수출 통제가 적법하고 정당한 조치라며 "우리는 싸움을 바라지 않지만 그렇다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이 고집대로 한다면 중국도 단호한 상호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은 9일 희토류와 관련 기술의 수출을 통제하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해외에서 제조된 희토류 영구자석 및 희토류 소재 중 중국산 희토류가 0.1% 이상을 차지하는 품목에 더불어 희토류 채굴, 제련 및 분리 행위, 제련 기술 수출 등도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강경책 후 유화 메시지를 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6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제157회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연설하는 모습. /AP.뉴시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라고 칭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발언을 하지만, 상대가 강하게 반발할 경우 꼬리를 내린다는 비판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발표한 다음 날인 10일 시 주석과 회담 계획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만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가 이튿날 "한국에서 열리는 APEC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며 시 주석과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번복한 바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2일 전직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메가 타코(MEGA TACO)'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시 주석은 이 타코를 정확히 꿰뚫어 볼 것이다. 이는 절박함은 아닐지라도, 명백한 나약함과 결의 부족의 신호"라고 말했다.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는 해외 전문가들도 있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양국이 현시점에서 양자 회담을 위해 긴장을 완화할 의향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며 "베이징(중국)은 양자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믿으며 점점 더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책 조사기관 판게아 폴리시의 테리 헤인스 창립자도 SCMP에 "미·중 무역 협상이 대규모, 심지어 소규모로도 진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미·중 간 합의나 진전은 전혀 없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중국이 고급 리튬 이온 배터리와 인조 다이아몬드 수출 통제도 시행할 예정으로 알려지면서 미·중 정상회담이 새로운 난관에 부딪혔다. 홍콩 명보 신문은 중국이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에 맞서 "비장의 카드를 준비해 왔으며 두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는 다음 달 8일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13일 보도했다.

hys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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