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호영 기자] 4일 일본 집권당 자민당 총재 선거가 다가온 가운데, 유력 후보로 꼽히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에게 악재가 발생했다. '댓글 공작' 논란에 이어 경쟁 후보인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을 지지하는 지역구 당원들을 탈당 처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주간문춘)은 지난달 30일 나카야마 노부히로 전 의원의 증언을 인용해 "고이즈미 장관이 자민당 연합회장(지역위원장)을 맡은 가나가와현 연합회가 지난 6월 당원 826명을 임의로 탈당 처리했고, 이 중 약 90%가 지난해 9월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에게 투표한 사람들이었다"고 보도했다.
나카야마 전 의원은 가나가와현 9선거구 지부장을 역임하고, 지난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을 지지한 인물이다.
슈칸분슌은 나카야마 전 의원의 권유로 입당한 당원들에게 총재 선거 투표 용지가 발송되지 않았고 탈당 처리된 사실을 확인했으며, 연합회는 이를 "사무 착오"라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이에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엑스·옛 트위터)에 "사실과 전혀 다른 보도에 매우 유감"이라며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기사"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9선거구 지부에서 일어난 일은 처음 알게 됐다"며 "(당시) 지부장이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낙선해 벌어진 일로, 참의원(상원) 선거 전이며 총재 선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이른바 '댓글 공작' 논란에도 시달리고 있다. 슈칸분슌은 앞서 고이즈미 농림수산상 측의 홍보를 담당한 마카시마 가렌 의원 사무소가 같은 진영의 의원 사무소에 후보를 칭찬하는 댓글을 달아달라는 메일을 보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유력한 총재 후보로 예측된다. 2일 마이니치신문은 전날까지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당원·당우(후원 단체 회원) 동향 조사 결과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1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2위,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3위였다.
다만 조사에서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과반을 확보한 것은 아니어서 지난해 총재 선거와 마찬가지로 결선투표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는 당 소속 국회의원 표(현 295표)에 당원·당우표를 같은 수로 환산해 더한 590표로 치러지며, 결선 투표는 국회의원 295표와 지방조직 47표를 더해 실시된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국회의원 몫 중 82표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하야시 관방장관은 60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이 40표로 뒤를 이었다.
당원·당우 표 부분에선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이 각각 약 30%, 하야시 관방장관은 약 20%를 얻을 것으로 추산됐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결선 투표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막판 악재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도 지난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선두를 달렸으나 결선 투표에서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에게 역전당한 경험이 있다.
4일 선출될 자민당 총재는 임시 국회에서 총리로 임명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오는 15일 임시국회를 소집해 총리 지명 선거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내각제인 일본에선 통상 집권당의 총재가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총리 지명 선거를 거친 후 총리직에 오르게 된다. 현재 자민당은 양원에서 과반을 상실했지만, 야권 단일화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새로운 자민당 총재가 총리를 맡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hyso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