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을 이을 제267대 교황에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이 선출됐다. 미국 출신 교황이 나온 건 사상 처음이다.
8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33명의 추기경 선거인단은 이날 미국의 프레보스트 추기경을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했다.
추기경단 비밀회의인 콘클라베 둘째 날이자, 지난달 21일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이후 17일 만이다.
이날 선임 부제 추기경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 나와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이 있다)을 외치며 새 교황의 탄생을 공식 선언했다.
이후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됐고, 교황 명은 '레오 14세'로 정해졌다. 레오 14세 교황은 발코니에 나와 군중의 환호에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첫 연설에서 '평화'를 강조했다. 그는 이탈리아어로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가 함께하길 바란다"며 "이것은 무장을 내려놓게 하는 평화이자, 무장을 풀게 하는 평화"라고 말했다.
이어 "인류는 하느님과 그분의 사랑에 다가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그리스도를 필요로 한다"며 "우리도 서로를 도우며 다리를 놓자. 대화와 만남을 통해 모두 하나 되는 평화로운 백성이 되자"고 밝혔다.
레오 14세 교황은 "함께 선교하는 교회, 다리를 놓고 대화하는 교회, 이 광장처럼 늘 열린 팔로 모두를 맞이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며 "우리의 자선과 존재, 대화와 사랑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에게 다가가자"고 강조했다.
1955년 9월 14일 시카고에서 태어난 레오 14세 교황은 1977년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 입회했고, 1982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1985년부터는 페루에서 20년 넘게 선교사로 활동하며 주교로 봉사했다.
그는 2001년부터 12년 동안 공동체 생활을 강조하는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장으로 활동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시에 따라 2014년 페루 북서부 치클라요 교구로 파견됐다. 이 교구는 빈민가와 농촌 지역을 관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오 14세 교황은 2023년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에 의해 추기경으로 서임됐고, 이후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 전 세계 주교 인사를 총괄하며 교회 내 영향력을 키워왔다.
레오 14세 교황은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의 측근으로 활동했으나 신학적으로는 중도 성향이자 교화 내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인물로 평가된다.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금기를 깬 인물이기도 하다. AP통신은 "미국이 세속 세계에서 이미 막대한 지정학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황직까지 맡는 것은 지나치다는 인식이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고 전했다.
CNN은 "미국의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 탓에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은 그간 미국 출신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며 "하지만 프레보스트가 페루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이러한 우려를 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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