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반헌법적 '12·3 비상계엄 사태'가 불가피한 조치였다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며 퇴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가운데 윤 대통령이 레임덕(lame duck, 권력 누수)이 아닌 '데드덕'(dead duck, 레임덕보다 심각한 권력 공백)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한국의 계엄령 사태에 대한 견해: 민주주의의 등대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가디언은 윤 대통령이 야기한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대해 "기괴하고, 끔찍한 시도"라고 표현하면서 "(한국 사회에) 여전히 엄청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아시아에서 드문 민주주의 성공 사례가 된 나라에 먹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디언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오락가락 입장을 바꾸다가, 이날 퇴진을 거부한 것에 대해 "정치적 아웃사이더였던 그는 최고의 부패 방지 검사로 명성을 얻었지만, 아내의 행동에 대한 조사와 그의 정책에 대한 의회의 방해에 분노했다"며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그는 국민이 자신을 지지할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또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7일 윤 대통령 탄핵 표결에 불참해 탄핵이 불발된 것을 거론하면서 "국가와 국민의 이익보다 당의 이익을 앞세우는 것은 잘못된 일이며 쉽게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치생명을 유지하고 싶다면 이번 주말 2차 탄핵 투표에선 탄핵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윤 대통령 사퇴에 따른 로드맵이 아닌 즉각적인 선거"라고 덧붙였다.
다른 주요 외신들도 윤 대통령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윤 대통령이 계엄령이라는 충격적인 결정을 격앙된 상태로 옹호하며 사임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며 "그에 대한 두 번째 탄핵 시도에 탄력이 붙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공영방송 NHK는 "윤 대통령이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한 담화 내용을 보도하면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일본에선 '정당화'라는 표현은 자신의 잘못이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언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단어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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