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일본의 하원에 해당하는 중의원 총선에서 집권 자유민주당(자민당)과 연립정권 파트너인 공명당이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하면서 지난 1일 취임 이후 조기 총선을 단행한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정치적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일본 공영방송 NHK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27일 실시한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은 각각 191석과 24석을 차지했다. 양당은 중의원 465석 가운데 단독 과반 의석인 233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자민당은 원내 1당은 유지했지만 2012년 선거 이후 단독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자민당과 공명당의 의석수는 279석에서 64석 줄어들었다. 반대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148석을 얻으며 무려 98석을 늘렸다.
우익 성향 야당인 일본유신회는 38석을 얻어 6석 감소했고, 중도우파를 지향하는 국민민주당은 기존 의석수보다 4배 많은 28석을 확보했다. 이밖에 무레와신센구미 9석, 공산당 8석, 참정당 3석, 보수당 3석, 사회민주당 1석, 무소속 22석이다.
일본 언론은 자민당의 참패 원인으로 지난해 연말 불거진 '비자금 스캔들'을 꼽았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정치 자금 문제와 관련한 당사자 10여 명을 공천하지 않고 경제 정책과 외교 안보 정책의 실적을 강조하면서 정권 안정을 호소했지만 민심을 얻진 못했다고도 분석했다.
공명당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시이 대표가 낙선하는 등 기존 세력을 유지하지 못했다. 자민당의 정치와 비자금 스캔들에 따른 민심 악화를 수습하기 위해 자민당에 정치자금규정법 규제 강화를 촉구했으나 연립여당으로서 여론의 반발을 정면으로 맞았다고 요미우리신문은 보도했다.
자민당을 이끄는 이시바 총리의 정치적 입지도 매우 좁아지게 됐다. 일본 언론은 이시바 총리의 퇴임설이 불거지고 있으며 여당 세력이 약화하면서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야당과 협력이나 연립이 불가피해졌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전날 NHK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를 두고 "매우 엄격한 심판을 받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겸허하고 엄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국회는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 다른 선거제도로 의원을 선출하고 있다. 현행 중의원 선거제도는 선거인이 소선거구와 비례대표 선거에 각각 1표씩 행사는 '소선거구·비례대표 병립제'를 채택하고 있다. 참의원 선거제도는 1개 지역구에서 2명 이상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와 전국단위명부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